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의 시작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연 1.75%에서 1.50%로 인하된 뒤 8개월째 동결됐다. 공동취재사진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하 때의 부작용을 강조해 금융시장 일각의 인하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인하하자는 소수의견이 등장해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연 1.5%인 기준금리를 8개월째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수출 감소세가 확대되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내수 회복세도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외 경제에 대해 이전보다 비관적 진단을 내놨다. 금통위는 또 경기 회복세 부진에 대응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9조원 늘린다고 밝혔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연 0.5~1%의 저리로 대출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게 하는 제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비관적 경기 진단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럴 때 금리 인하의 기대효과는 불확실하나 부정적 효과는 예측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거시경제 리스크와 금융 안정 리스크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기준금리 조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저금리의 경기 부양 효과는 과거보다 못한 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미국 등과의 금리 차이가 줄면 외국자본 유출 위험은 쉽게 현실화한다는 판단을 제시한 것이다. 이 총재는 “작년 6월부터 진행된 외국인 증권 자금 유출은 주식이 중심이었는데 2월 들어서는 채권 자금도 상당 폭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2월 들어 외국인 채권 투자금은 3조원가량 순유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 의도와는 반대로 엔화 가치가 치솟은 사례를 들기도 했다. 정책금리를 제로 내지 마이너스까지 내린 나라들은 외국자본 유출 걱정에서 자유로운 기축통화국들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가동 중단도 언급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좀 더 기다리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경기 둔화 우려와 낮은 물가 상승률,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을 근거로 한은이 인하 대열에 동참하리라는 예상이 나왔다. 4월 총선까지 거론하며 3~4월 인하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 총재는 이런 ‘기대’까지 겨냥해 기준금리 인하의 득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한은 총재의 선 긋기에도 기준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지난해 6월 1.5%로 내린 이후 금통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을 내려왔으나 이번에는 하성근 위원이 0.25%포인트 추가 인하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해 4~5월에도 당시 1.75%인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대신증권 박혁수 연구원은 “한은이 4월에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을 때 성장률을 다시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금리 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도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퇴로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득세하면서 그 아래까지 내려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1.431%로 0.053%포인트 떨어지며 최저치 기록을 또 갈았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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