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돈세탁·탈세…범죄자의 사랑 받은 죄, 500유로 등 고액권 ‘폐지 선고’ 받나

등록 2016-02-18 19:12수정 2016-02-18 22:22

한화로 약 68만4천원인 500유로
드라기 유럽은행총재 “폐지 추진”
미국선 “100달러 지폐 없애야”
한국 5만원권도 지하경제 논란
독일 등에선 “폐지 반대”
지금 유럽에서는 ‘빈라덴 제거 작전’이 진행중이다. 미군이 2011년 사살해 수장한 오사마 빈라덴을 부관참시라도 하려는 거냐고? 어떻게 생겼는지는 누구나 알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다는 이유로 빈라덴이라는 별명이 붙은 500유로(약 68만4천원) 지폐가 표적이다.

총대를 멘 것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다. 그는 15일(현지시각) “고액권 화폐의 범죄 이용을 우려하는 여론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500유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국 재무장관들이 500유로의 존폐를 결정하자고 요구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은 이에 대한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14살에 불과한 500유로의 운명이 위태로운 것은 돈세탁, 탈세, 테러에 이용된다는 비난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는 현금 이동 통제를 강화하며 유럽연합에도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유로 현금통화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500유로짜리를 실거래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뭐냐는 게 폐지론자들 주장이다. 유로존 밖인 영국에서는 500유로 지폐의 90%가 범죄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를 근거로 2010년부터 은행과 환전상들이 이를 취급하지 않는다. 500유로의 운명을 쥔 드라기 총재는 마피아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의 중앙은행장 출신이기도 하다.

불똥은 다른 나라 고액 화폐로도 튀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6일 ‘100달러(약 12만2천원) 지폐 없애야’라는 제목의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고액권 지폐 발행은 “아주 무책임하고, 부패와 범죄에는 요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1990년대 말 재무장관일 때 새 유럽 통합 화폐에 500유로짜리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놓고 유럽 관료들과 언쟁하기도 했다며, 이제 주요 20개국(G20)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100만달러를 20달러짜리로 쌓으면 50파운드(22.7㎏)나 나가지만 500유로짜리로는 2.2파운드(1㎏)에 불과하니 범죄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논거다. 그렇다면 지폐 중 값어치가 가장 큰 스위스 1000프랑(약 123만8천원)은 더 손쉬운 범죄 수단이다.

현금 사용이 많은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반발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하랄트 마러 경제 차관은 “무얼 사거나 먹고, 무슨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지를 누군가 디지털 수단을 이용해 파악하는 것을 우리는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현금이 소매 거래의 80%를 차지하는 독일에서는 타블로이드지 <빌트>가 500유로 폐지 반대 청원에 나섰다. 스위스 중앙은행 대변인은 “1000프랑 폐지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액권 폐지 시도는 마이너스 정책금리에 따라 현금을 집에 쌓아두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는다. 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 교수는 “500유로가 사라지면 화폐 저장이 더 어려워져 금리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200유로짜리로도 충분히 돈을 보관할 수 있다며 500유로의 운명과 금리 정책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서구의 고액 화폐와 견주면 가치가 변변찮지만, 국내에서도 2009년 등장한 5만원권이 지하경제의 단짝이 됐다는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새로 발행한 액수와 헌 돈이 돼 돌아온 지폐의 비중을 따지는 환수율은 1만원권이 100%를 넘나드는데 5만원권은 최근 3년간 50%를 밑돌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5만원권으로 3천만원을 건넬 때 썼다는 것은 작은 음료수 상자다. 부정한 돈을 담는 데 애용된 사과 상자를 5만원권이 퇴장시킨 상징적 사건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