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 센터(CCIB)에서 21일(현지시간) ‘기어VR 4차원 극장’이 개장해 관람객들이 ‘기어VR’을 쓴 채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고 있다.
‘기어VR 4차원 극장’ 롤러코스터 레일
비명과 환호 범벅…현실과 구분 안돼
비명과 환호 범벅…현실과 구분 안돼
“와우~ 와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6’(MWC 2016)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CCIB)에서는 ‘기어VR 4차원 극장’이 개장했다. 삼성에서 출시한 기어VR은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합작해 만든 가상현실 헤드셋이다. 24개의 좌석에 앉은 체험자들은 손을 위로 올리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풍경을 연출했다.
기자도 10여분을 기다려 좌석에 앉자 안내원들은 “어지럼증을 느끼면 헤드셋을 벗으라”고 조언했다. 상영 시각에 맞춰 기어VR을 쓰자 눈 앞에는 놀이공원이 펼쳐지고 롤러코스터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금발의 젊은 여성이 앉아있고 오른쪽에는 자연 풍광이 펼쳐졌다. 실제로는 4개씩 묶인 좌석에서 맨 오른쪽에 앉았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두열씩 묶여 있는 긴 열차의 오른쪽 좌석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위로 올리자 푸른 하늘이, 아래로 내리면 롤러코스터 레일이 보였다.
화면 속 놀이공원의 안내원이 손을 흔들며 출발 신호를 보내자 열차는 서서히 출발했다. 좌석까지 덜컹거려 현장감을 더했다. 10초쯤 흐르자 열차는 정상에 올랐고 바로 땅 아래로 급전직하했다. 고개를 숙여도 롤러코스터 레일이 아니라 땅이 보여 긴장감을 더했다. 다시 좌우로 회전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좌석도 그에 맞춰 움직이자 현실과 구분은 더욱 희미해졌다. 무서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니 옆 좌석의 금발 여성은 무엇이 좋은지 손을 위로 올리며 환한 웃음을 내보이고 있었다.
순식간에 내달린 열차는 다시 서서히 움직였다. 어느새 등장한 오른쪽 옆 레일에는 또다른 열차가 다가와 승객들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며 웃음이 나왔다. 그제서야 줄을 서서 대기하는 동안 관람객들이 오른쪽을 보며 손을 흔든 이유를 깨달았다. 왼쪽 여성은 일행인 듯한 뒷쪽 승객과 악수를 하며 얘기를 나눴다. 비록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들리지 않았고 피부로 열차가 내는 속도에 맞춘 바람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실제 기어VR을 쓴 관람객들이 내는 비명소리와 스스로 내지르는 신음소리가 맞물려 현실감을 더했다.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른 뒤 순식간에 땅 아래로 ‘쑥’ 꺼지자 현기증까지 몰려왔다. 상영 전 어지럼증에 대한 경고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어지럼증이 느껴질 즈음 어느새 6분이 흘러 상연은 막을 내렸다. 기어VR을 벗자 왼쪽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오른쪽에는 한 남성이 앉아 있었다.
바로셀로나/글·사진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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