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4%↓…2009년 5월 이후 최대
자동차·엘시디 등 주력품 하락 뚜렷
금액도 17.8% 하락…지난해의 2배
수입 금액·물량도 줄어 교역 둔화
값 싸지면 판매 느는 상식 안 통해
자동차·엘시디 등 주력품 하락 뚜렷
금액도 17.8% 하락…지난해의 2배
수입 금액·물량도 줄어 교역 둔화
값 싸지면 판매 느는 상식 안 통해
수출액이 급감하는 가운데 1월에 수출 물량 또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액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물량을 보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이제 세계적 수요 감소의 영향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1월 수출물량지수(2010년=100)가 121.6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4% 줄었다고 23일 밝혔다. 이 지수 하락은 그만큼 수출 물량이 줄었음을 뜻한다.
1월 수출물량지수 하락폭은 2009년 5월(-11.7%) 이후 가장 크다. 지난해 12월(-1.3%)에 이어 2개월 연속 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한은은 수송장비(-16.2%), 일반기계(-11.8%), 전기 및 전자기기(-4.6%) 등의 수출 물량이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헌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자동차와 엘시디(LCD) 평판 등의 수출 물량 감소가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수출 물량은 지난해 수출액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3개월을 빼놓고는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2.5% 늘었다. 따라서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와 중간재 값 하락 등 세계적 저물가 기조 속에 수출액은 줄어도 물량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의 지난해 수출액 순위가 5년 만에 7위에서 6위로 올라서며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도 일부 나왔다. 하지만 이제 물량 감소세도 뚜렷해져, 수출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월 수출금액지수도 95.67로 17.8% 하락하며 2009년 8월(-19.7%)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감소율(9.1%)의 두 배에 가깝다.
같은 달 수입물량지수는 5.9%, 수입금액지수는 20.9% 줄었다. 수입도 지난해 금액지수는 17.7% 떨어졌지만 물량지수는 3.2% 올랐는데, 1월에는 전기 및 전자기기·일반기계·제1차금속제품을 중심으로 물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역시 경제 활동의 둔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월 수출입 지수만 보면 금융위기로 국내외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은 2009년이 떠오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단가가 싸지면 물량은 조금이라도 느는 게 정상이다. 이제 물량까지 감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적 유효수요 부족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현상이 일시적인지 또는 구조적인지를 판단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수출 회복이 만만찮아 보인다”고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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