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심리지수와 기업인 경기전망지수 등 경제 심리지수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 등 실물경제의 부진에 심리지수까지 악화되면서 경기 하강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204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가 98로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고 25일 밝혔다. 메르스 탓에 소비심리가 꺼지고 경기 전망이 급속히 어두워진 지난해 6월과 같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지난해 10월·11월 105까지 올랐다가 3개월 연속 떨어졌다. 생활형편과 경기 등에 대한 현재 판단과 전망을 종합하는 이 지수는 2003년부터 직전 연도까지의 평균을 토대로 산출하며, 100보다 크면 전보다 낙관적임을 뜻하고 그 아래면 반대를 의미한다.
소비자심리지수 구성 요소 중 6개월 뒤 경기 전망을 예상하는 향후경기전망지수는 1월보다 3포인트 낮은 75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64)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6월보다도 4포인트 낮다. 가계수입(98)·생활형편(96)·소비지출(105) 전망지수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미끄러져 정확히 메르스 때로 되돌아갔다. 한은 통계조사팀 주성제 과장은 “수출 부진과 신흥시장 상황, 북한 미사일 문제 등이 소비자들 심리에 안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달 279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 경기실사지수도 흐름이 같다. 조사 항목 중 다음달 전망을 하는 업황전망지수는 2월이 67로 지난해 7월(6월에 조사)과 같다. 이 지수도 지난해 9~11월 72까지 올랐다가 12월부터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비제조업 2월 지수는 68로 지난해 7월(66)보다 낫지만, 제조업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59) 이래 최저인 66까지 떨어졌다.
소비자 심리지수나 기업 경기전망지수는 주관적 응답이 바탕이지만 경제주체들의 판단과 소비 또는 투자 의지를 반영하기에 경기를 내다보는 창 구실을 한다. 이 지수들의 연초 추세는 그해의 실제 경제 상황과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비자들의 심리 경색 정도가 민간소비가 뒷걸음질한(-0.2%) 지난해 2분기와 비슷하다는 것은 ‘소비 절벽’의 현실화 가능성을 키운다. 소매 판매는 지난해 11월·12월 전달 대비 각각 1%, 0.1%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1월 자동차 판매는 1년 전보다 6.8% 감소했다. 메르스를 넘어 금융위기 때 수준의 심리 악화가 표출되는 것도 심상찮은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