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주식가치 훼손” 보고서
26일 합병 승인 임시주총 변수로
26일 합병 승인 임시주총 변수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아이에스에스(ISS)가 투자자들에게 씨제이헬로비전과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두 회사의 합병을 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의 모회사인 에스케이텔레콤(SKT)의 통신시장 지배력 강화와 방송의 공공·지역성 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에스에스까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 합병 찬반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씨제이헬로비전은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26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4층에서 열기로 했다. 씨제이헬로비전이 에스케이텔레콤에 매각된 이후 에스케이브로드밴드를 흡수합병하는 안건과 씨제이헬로비전의 정관변경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하지만 아이에스에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정관 변경안을 보면, 합병법인은 총 발행주식 수의 20%를 초과하는 전환사채를 이사회 의결만으로 발행할 수 있다. 합병법인이 이를 이용해 주식을 대량으로 발행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크게 희석될 수 있다. 지분율 감소에 따른 의결권 약화와 배당액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씨제이헬로비전은 임시주총 안건을 통해, 이사회 의결만으로 발행할 수 있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액면 총액을 각각 2천억원에서 각각 5천억원으로 늘릴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관 변경안에는 발행 가능한 총 주식 수를 1억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조항도 담겨있다.
아이에스에스는 합병 반대를 권고하는 이유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것도 꼽았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1만696원)이, 씨제이헬로비전이 이를 제시한 날의 종가(1만1600원)보다도 낮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25일 씨제이헬로비전 종가는 1만1650원이었다.
의결권 자문사인 아이에스에스의 합병승인 반대 권고에 따라 씨제이헬로비전 주식 0.38%를 갖고 있는 베어링자산운용은 이번 임시주총서 합병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씨제이헬로비전의 지분은 대주주인 씨제이오쇼핑이 53.9%를, 매수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이 8.6%를 갖고 있으며, 외국인 지분은 7.8% 수준이다.
씨제이헬로비전은 아이에스에스 보고서와 관련해 “주식매수청구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발생한 것이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1조원어치까지 발행할 수 있게 한 조항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이전에 있던 것을 합병법인의 외형에 맞춰 금액을 늘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한 의결권 자문기관 관계자는 “전환사채 등의 발행한도를 1조원까지 늘린 것은 적지 않은 수준으로 주주에 따라서는 주주가치 희석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두 회사 합병으로 시장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합병 뒤 미래가치를 두고 개별 주주가 찬반을 가늠해봐야 할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김재섭 김효진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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