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씨제이(CJ)헬로비전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씨제이(CJ)헬로비전이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와의 합병을 결의했다.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는 정부 인가가 나기도 전에 합병을 의결한 것은 위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씨제이헬로비전은 이날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의 합병 계약을 의결했다. 주총에는 발행 주식의 75.2%가 참여했고, 참석 주식의 97.2%가 합병에 찬성했다. 이로써 씨제이헬로비전과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정부의 인가만 나면 바로 합병을 할 수 있게 됐다. 합병법인의 이름은 ‘에스케이브로드밴드’로, 합병법인의 이사로는 이인찬(에스케이브로드밴드 대표)·김진석(씨제이헬로비전 대표)·이형희(에스케이텔레콤 사업총괄) 등 7명이 선임됐다.
주총에서 함께 의결된 정관 변경안에 따라 합병법인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전환사채와 주식인수권부사채를 각각 5천억원어치씩 발생할 수 있고, 발행 가능한 주식 총수도 7억주로 늘어났다. 주총에서는 일부 소액주주가 합병 계약서 공개와 합병 계약 내용에 대한 감사 보고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진석 씨제이헬로비전 대표는 “이미 다 공지했다”며 서둘러 표결을 끝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3월17일까지 주당 1만696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씨제이헬로비전은 이날까지 지분 1.66%가 한국예탁결제원에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어 “정부의 인·허가 전에 주총 의결권을 행사해 합병을 승인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총이 ‘경영권의 실질적 지배자가 정부의 주식인수 승인없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방송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또 정부의 인가 전에 주식 양수도 계약의 후속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특히 “현재 정부가 인수·합병에 대한 인허가 심사를 위해 대국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의 절차를 진행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주총을 열고 합병을 의결하는 것은 정부 판단에 압박을 가하는 행위다. 인수·합병이 방송통신 시장 독점화로 이어져 공정한 경쟁을 저해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씨제이헬로비전은 “정부의 인·허가 일정과 상관없이 인수·합병 당사자 쪽에서 진행해야 하는 절차를 밟고 있을 뿐이다. 이번 주총 의결은 정부의 인·허가를 전제로 하며,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 의결 내용은 모두 무효라고 이미 공지했다”고 반박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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