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전국 매매가 상승률 0%
전세 오름폭 줄고 월세는 하락
일부 “대세 하락기” 전망속 신중론도
전세 오름폭 줄고 월세는 하락
일부 “대세 하락기” 전망속 신중론도
전국 주택 매맷값이 2년5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내고 지난해 거래량이 폭증하는 가운데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택시장이 새해 들어 빠르게 식으면서 변곡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집값이 본격적인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1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2월 전국 주택 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1월11일 대비 2월15일 기준(매달 셋째주 월요일 비교)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종합) 매매가격은 보합(0.00%)을 기록했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2013년 9월 이후 2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0.00%)과 지방(0.00%) 주택가격이 모두 보합을 기록했다. 조사 지역 178개 시군구 가운데 전달 대비 상승지역(101→85개)은 줄었고, 보합지역(5→13개)과 하락지역(72→80개)은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전국의 아파트값이 -0.01%로 하락세를 이끌었다. 연립주택(0.00%)이나 단독주택(0.02%)보다 경기에 민감한 아파트 매맷값이 먼저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인 것은 지난달 수도권에서 시행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주택담보대출 여신 심사 강화) 여파로 매수심리가 위축된데다 남북관계 냉각,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관망세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전세난이 다소 진정되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매매전환’ 실수요가 감소한 영향도 있다는 게 한국감정원의 분석이다.
전월세 시장도 비교적 안정세다. 전세가격은 42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승폭은 1월 0.14%에서 2월에는 0.11%로 0.03%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1월 소폭 상승했던 월세는 지난달 다시 0.01% 하락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량(119만건), 신규 아파트 분양물량(51만가구)이 사상 최고치에 이른 ‘시장 과열’이 올해 주택시장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새해 들어 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등 주택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4953건으로 지난해 2월(8539건)보다 42%(3604가구) 감소했다.
그러나 2월 통계만으로는 집값이 장기간 떨어지는 이른바 ‘대세 하락기’에 접어드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아파트에 견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연립, 단독주택과 대출 부담이 적은 소형 아파트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방은 5월부터 시행되는 주택담보대출 여신 심사 강화에 앞서 되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도 변수”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