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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다시 불거진 ‘한-미 통화스와프’…안하나, 못하나

등록 2016-03-02 19:44수정 2016-03-02 21:09

1956년 3월3일 대한증권거래소의 출범과 함께 문을 연 한국 주식시장이 3일로 개장 60주년을 맞는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60주년 기념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56년 3월3일 대한증권거래소의 출범과 함께 문을 연 한국 주식시장이 3일로 개장 60주년을 맞는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60주년 기념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달러 언제든 빌려 쓰는 제도
유일호 부총리 “다시 하는 게 맞아”

기재부 “원론적 발언” 진화 나서
외환 상황 괜찮고 단기외채 적어

경제 침체기에 체결했던 미국
회복 흐름 탄 지금은 소극적
“한미 통화스와프는 다시 체결하는 게 맞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의미가 있다. 필요한 시점이 되면 (미국에) 논의하자고 할 것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약정 체결 전후 원-달러 환율 추이
한-미 통화스와프 약정 체결 전후 원-달러 환율 추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통화스와프는 ‘통화를 교환한다’는 뜻으로 거래 당사자가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통화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체결된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고 속 달러를 마이너스 통장처럼 언제든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로 원화값이 급락(환율 상승)하던 지난 2008년 10월 말 체결되자마자 원화값이 64원 급상승(환율 하락)하며 위력을 드러낸 적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달러 스와프 현황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달러 스와프 현황

정부 고위당국자가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약정 체결 필요성을 강조한 언급을 한 건 지난 2010년 2월 약정 종료 이후 처음이라 시장 참여자나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더구나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재약정 추진은) 우리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최상목 기재부 1차관)고 하는 말이 흘러나온 터였다. 이에 유 부총리의 발언 뒤 정부가 최근 커지는 외환시장 불안을 달래려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슬그머니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발언 진앙지이자 약정 재추진의 실무를 맡아야 하는 기재부에선 유 부총리 발언 진화에 힘쓰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정부의 속사정은 뭘까.

■ “굳이 할 필요가…”

진승호 기재부 국제금융협력국장은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 부총리의 말은 (간담회에서) 질의가 나오자 한 원론적인 발언이었다”며 “실무선에서도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해 미국 쪽과 오가는 이야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기재부 안에선 통화스와프 체결을 적극 추진하자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통화스와프라는 특효약을 써야할 정도로 시장 불안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60원 남짓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도 커졌으나 정부는 전반적인 대외 건전성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한 예로 금융위기 때 가장 큰 불안 요인이었던 ‘단기외채 비율’(단기외채/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현재 29.6%로, 2008년 74.0%보다 크게 낮다. 석달 안에 갚아야 하는 외채 규모에 견줘 외환보유액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은 “순대외채권(외국에 받을 돈에서 줄 돈을 뺀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보이는 등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성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수입 물가도 끌어올려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 우려를 덜 수 있다. 기재부 경제정책국의 한 당국자는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성장률이 0.04~0.05%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두달 남짓 동안의 원-달러 평균환율은 1209.9원으로, 지난해 평균환율(1131.5원)보다 6.8%가량 높다. 3%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로선 최근 환율 상승이 반가운 일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 “하고싶어도 못해”

그렇다고 통화스와프 재약정이 당장 가능한데도 안 하는 건 아니다. 진실은 반대에 가깝다. 기재부의 한 당국자는 “마이너스 통장을 준다는데 받지 않을 사람이 있겠냐”라고 말했다.

실제 미 연준은 2010년 2월 한국을 비롯한 브라질과 멕시코,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등과 통화스와프 약정이 끝난 뒤 재약정 필요성에 줄곧 무게를 싣지 않았다. 지난 2014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 와중에 나온 일부 국가들의 통화스와프 확대 요구에 대해 스탠리 피셔 미 연준 부의장은 “연준은 세계의 중앙은행이 아니라 미국의 중앙은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현재 유럽중앙은행(ECB), 일본, 캐나다, 스위스, 영국 등 5개국과만 통화스와프 약정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통화스와프 확대에 소극적인 이유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자서전 <행동하는 용기>에 담긴 2008년 9월과 10월의 기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외국의 달러 부족은 미국 안팎의 단기 금리를 상승시켰다. 위원회(미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다른 나라와의 통화스와프 확대를 제의했다.”(p331~332) “(미국) 경제가 빠르게 침체될 때 달러값 상승은 좋은 뉴스가 아니었다. 수출품 가격을 상승시켜 경쟁력을 잃게 한다. 한국 등 4개 신흥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로 했다.”(p431~432) 이는 2008년 당시 통화스와프 확대가 미국의 금융위기에 감염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미국의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현재 주춤하면서도 완만하게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는 미국 경제 상황을 볼 때, 미국이 통화스와프 약정에 적극적일 가능성은 작다. 별다른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호 부총리가 재약정 추진을 언급한 것은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고 짚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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