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일본에 디플레이션과 완전히 단절하기 위해 임금 인상을 아베노믹스의 ‘네번째 화살’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베노믹스는 완화적 통화정책, 신축적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란 3개의 화살(축)로 짜여 있는데, 여기에 임금 인상을 더해 강력하게 추진하라는 말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낸 ‘일본의 임금-가격 동학과 구조 개혁’이란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가 완화적 통화정책 위주로 먼저 시행된 결과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년간 3.7% 늘어나고 실업률이 3.3%로 떨어지는 등 일정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임금 상승의 지체로 일본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 달성이 계속 늦춰지는 등 디플레이션 기조 탈피라는 애초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들먹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기록적인 이윤을 낸 도요타 자동차의 기본급 인상률은 1.1%였고, 재계 대표단체의 하나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원사들의 인상률은 이보다 더 낮은 0.44%에 그쳤다. 이런 더딘 임금 상승은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오름폭이 0.5% 정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 등으로 기업의 지급능력이 크게 개선됐지만 하도급업체의 단가 인상과 배당 확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 등의 임금 인상 촉구 발언이 먹혀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제통화기금은 그 원인의 하나로 일본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꼽았다. 아직도 다수를 차지하는 종신 고용직과, 점점 불어나는 비정규 계약직으로 노동시장이 재편되면서 임금 상승의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종신 고용직은 평생 같은 직장에 머무르는 대가로 임금 인상 요구에 소극적이고, 비정규 계약직은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채용하고 있어 임금 수준 자체가 매우 낮다. 여기다 노조 조직률의 하락으로 노조의 임금 협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국제통화기금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제도적 장치를 통해 임금 인상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말로 하는 ‘도덕적 권고’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이 네번째 화살이라고 이름 붙인 방안은, 우선 이윤을 낸 기업들에 ‘2% 이상+생산성 증가율’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그 까닭을 설명하도록 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또한 임금을 올릴 때 주는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이윤 상승 폭이 과도한데도 이를 (임금 인상과 배당 확대 등으로) 환원하지 않는 기업에는 세제상의 벌칙을 주는 한편, 공공부문의 임금 인상으로 모범을 보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구조개혁 등을 가속화하되, 종신 고용직과 비정규 계약직 사이에 새로운 고용 방식을 도입해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고용 방식이 어떤 형태인지 국제통화기금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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