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에 50억 제공’ 사건때
이흔야 이사 명의 차명계좌
이정일 이사는 변호사비 지원
선임과정 불투명, 주주 뜻 반영안돼
‘경영진 견제’ 사외이사 취지 무색
신한지주 “결격 사유 없어” 해명
이흔야 이사 명의 차명계좌
이정일 이사는 변호사비 지원
선임과정 불투명, 주주 뜻 반영안돼
‘경영진 견제’ 사외이사 취지 무색
신한지주 “결격 사유 없어” 해명
신한금융지주의 재일동포 사외이사에 라응찬 전 회장의 차명계좌, 비자금과 관련된 인사들이 추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해 금융회사의 건전 경영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지난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강화해 시행했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금융지주사에서 전 경영진과 유착 의혹이 있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추천되고, 금융당국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6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신한지주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의 후임으로 이흔야 재일한국상공회의소 상임이사와 이정일 평천상사㈜ 대표이사, 이성량 동국대 교수를 추천했다. 이들은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승인을 받으면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이 중 이흔야 이사와 이정일 이사는 신한지주의 재일동포 주주다. 재일동포가 자금을 모아 창립한 신한은행은 사외이사진에 재일동포 주주를 다수 선임해왔다. 올해 정기주총을 통해 새로 꾸려질 사외이사진 9명 가운데도 4명이 재일동포 쪽 인사다.
문제는 이흔야·이정일 이사가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비자금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라 전 회장은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넨 사실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투자 목적이었다고 소명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정치권에서 라 전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이 2010년 조사에 나섰고, 재일동포 주주 4명 명의의 차명예금을 찾아내 라 전 회장에게 3개월 직무정지 조처를 내렸다. 이때 금감원이 찾아낸 차명계좌 명의인 가운데 한 명이 이흔야 이사다. 이 이사 명의의 차명계좌는 증권계좌로도 개설돼 라 전 회장의 불법 자사주 매매에 활용되기도 했다. 라 전 회장은 ‘박연차 50억원’ 수사 과정에서 자금 출처와 관련해, 1991년 신한은행장으로 선임됐을 때 은행 창업자인 이희건 신한지주 명예회장이 재일동포 원로주주 4명과 함께 격려금 30억원을 모아줬는데 이 돈에 이자가 붙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라 회장이 밝힌 원로주주 4명 가운데 2명이 이 이사와 그의 부친 이아무개씨였다.
이정일 이사는 라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거액의 변호사비를 지원해준 인물이다. 2010년 라 전 회장과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촉발된 ‘신한사태’의 재판 기록을 보면, 이 이사는 2009년 신한은행 도쿄지점장의 요청으로 라 전 회장의 변호사비로 3천만엔을 줬고, 이 돈은 신한은행 김포지점에서 불법환전돼 국내에서 사용됐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부모님이 라 회장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 라 회장에게 기여를 하겠다는 뜻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특히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4년 동안 신한지주 사외이사직을 역임했다. 문제 소지가 있는 인물에게 세 차례나 사외이사를 맡긴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흔야와 이정일은 라 전 회장과 유착 관계에 있던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이 이런 논란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지주의 경우 재일동포 사외이사의 수는 많지만, 재일동포 주주의 뜻과는 상관없이 경영진 입맛에 맞는 인물들이 주로 선임된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이런 탓에 2013년 주총 때 “은행을 설립한 재일동포 주주들이 사외이사 추천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최근에도 일부 재일동포 주주들이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을 만나 이런 뜻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한지주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금융권 인사는 “신한지주 재일동포 주주들의 모임인 본국투자협회가 2003년 이희건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한번도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며 “주주의 의사는 무시되고 주주의 대리인인 경영진이 컨트롤하기 좋은 인물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5년 임기를 다 채운 남궁훈 사외이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해 우회적으로 연임시킨 것을 두고도 ‘라응찬 라인’으로 평가되는 한동우 회장이 내년에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남궁훈 이사는 2013년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한동우 회장과 같은 학과 1년 선후배 사이여서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며 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신한지주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국내 및 재일동포들로 구성된 다양한 전문가 인력풀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재일동포 사외이사는 재일동포 주주 모임인 간친회와 뉴리더회로부터 후보군을 검증받아 경영적 판단에 의해 후보를 추천한다”고 해명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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