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목적’ ‘직접적으로’ 등
시행령에 자의적 표현 추가
계열사 부당이익 제공 유형도 줄여
시행령에 자의적 표현 추가
계열사 부당이익 제공 유형도 줄여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의 시행령이 대기업의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국회가 법안에 포함시킨 ‘통제장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꼼수’가 숨겨져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3월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법예고한 원샷법 시행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원샷법은 공급과잉 산업에 속한 잠재부실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사업구조 개편(합병·분할·양수도 등)을 할 때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의 절차·규제를 간소화하고 자금·조세 지원을 하는 내용으로 2월 국회를 통과했다. 입법과정에서 재벌이 악용할 위험성이 제기돼 두가지 통제장치를 포함시켰는데, 첫째는 신청기업의 사업재편계획이 생산성 향상보다 경영권 승계, 지배구조 강화, 계열사 지원을 목적으로 할 경우 심의위원회는 사업재편계획을 불허하고, 둘째는 심의위원회가 승인·변경승인·시정요청·이행점검·종료평가 등의 절차를 시행할 때 주요 내용을 공표해서 시장과 사회의 감시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의 분석 결과, 입법예고된 시행령의 제11조(사업재편계획의 심의검토승인 등) 제5항1호의 경우 심의위원회가 신청기업의 사업재편계획을 승인 또는 변경승인 하지 않아야 할 사유가 법의 애초 취지보다 지나치게 축소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사업재편계획의 ‘주된 목적’이 경영권 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를 ‘직접적으로’ 위한 경우로 제한되어 있다”며 “‘주된’이나 ‘직접적으로’라는 자의적 표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또 시행령 11조 5항2호의 경우 계열사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을 “공정거래법 23조의 2에 해당하는 행위(일감몰아주기와 총수일가의 부당한 사업기회 유용)”로 제한해 공정거래법 23조 1항7호의 일반적 ‘부당지원 행위’와 23조 1항7호 나목의 ‘통행세’(거래상 실질적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하는 행위)를 제외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부당이익 제공 유형에 공정거래법 23조 제1항7호에 열거된 행위까지 모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원샷법 시행령 제12조 제2항의 경우 공표 대상을 ‘신청기업의 승인된 사업재편계획의 필요성’과 ‘승인된 사업재편계획의 주요 내용 및 이행일정’으로 축소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원샷법 9조 제2항에서 신청기업이 사업재편계획을 주무장관에게 제출할 때 포함하는 사항(사업재편 필요성, 생산성 및 재무건전성 향상 목표, 과잉공급 입증자료, 추진 내용과 기간, 필요한 자금의 규모와 조달방법, 고용·투자계획, 노사협의 및 고용조정 등)으로 공표 대상을 분명히 하고, 신청기업의 영업기밀에 해당할 경우 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재벌의 원샷법 악용 가능성을 둘러싼 국회에서의 오랜 논란을 기억한다면 정부가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이 정부와 재벌을 못 믿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외부 변호사들의 자문 내용을 반영한 것일 뿐 꼼수 의도는 없다”며 “입법예고안은 초안 성격이기 때문에 경제개혁연대의 의견을 검토해 타당성이 있다면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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