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법개정 뒤 첫확인…제재절차 착수
증권·엘리베이터·상선 사무용품 대여
회장 동생부부 소유 HST 70억 매출
회장 일가 100%지분 쓰리비 통해
현대로지스틱스 송장용지 33억 구매
한진·한화·하이트진로·CJ도 조사
상반기 안에 심사보고서 보낼 계획
증권·엘리베이터·상선 사무용품 대여
회장 동생부부 소유 HST 70억 매출
회장 일가 100%지분 쓰리비 통해
현대로지스틱스 송장용지 33억 구매
한진·한화·하이트진로·CJ도 조사
상반기 안에 심사보고서 보낼 계획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확인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2월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한 이후 첫 사례다.
21일 공정위와 현대그룹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이날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 등 현대그룹 계열사 2곳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기소장에 해당)를 전달했다. 보고서에는 이들 계열사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에 부당지원행위를 해 공정거래법을 어겼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로부터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받을 경우 제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판정 나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총수 개인에게도 별도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가 현정은 회장의 동생인 현지선씨와 남편 변찬중씨가 대주주인 에이치에스티(HST)와 쓰리비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증권은 지점용 복사기를 렌트할 때 에이치에스티를 통하도록 했다. 이 회사는 현지선씨(10%)와 변찬중씨(80%)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치에스티는 이런 방법으로 2014년 매출 100억원 중 41억원을 현대증권으로부터 올렸다. 또 현대엘리베이터(12억원)와 현대상선(5억원) 등 다른 계열사들로부터도 2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복사기 등 사무용품 대여업체와 현대그룹 계열사 사이에서 ‘통행세’를 거둔 것이다. 통행세란 거래 과정에서 실제로 하는 일이 없는데도 중간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택배를 보낼 때 수취인의 이름과 주소 등을 적는 택배송장용지을 납품하는 쓰리비도 다르지 않다. 직원이 2명뿐인 쓰리비는 2014년 거둔 매출 35억원 중 33억원(94.2%)을 현대로지스틱스에 택배송장용지를 팔아 올렸다. 쓰리비는 현 회장의 제부인 변찬중씨(40%) 등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다른 택배업체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택배송장용지를 구매해 쓰리비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현대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제출받은 뒤 이르면 다음달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해서 최대한 소명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현대그룹을 포함해 한진·한화·하이트진로·씨제이(CJ) 등 5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해 왔다. 한진그룹은 기내 면세점 위탁판매업체인 싸이버스카이(총수 일가 지분율 100%), 한화그룹은 전산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에스앤씨(100%)가 다른 계열사와 부당한 내부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하이트진로그룹은 생맥주통 생산업체인 서영이앤티(85.2%)와 씨제이그룹의 광고대행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100%)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그룹에 대해서도 올 상반기 안에 조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보낼 계획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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