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석, 공약개발·인수위 전문위원
조동철,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경력
“금통위 통화 완화적 성향 강화” 전망
조동철,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경력
“금통위 통화 완화적 성향 강화” 전망
기준금리 등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7명 중 4명이 다음달 한꺼번에 교체되면서 통화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금통위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5%로 내린 뒤 이달까지 9개월째 동결한 상태다.
한은 안팎에서는 일부 금통위원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이력 등을 볼 때 완화적 성향(비둘기파)이 강화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추천을 받은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유력한 ‘비둘기파’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는 2014년 10월 한 세미나에서 “구조적인 성장률 하락을 일시적인 경기침체로 오인했을 경우 적자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을 반복하는 것은 금리 인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는 “한은에서는 현재 금리 수준이 너무 낮다는 인식을 드러내는데, 현 상황에서는 언제든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스탠스를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견해도 내놨다.
한은 총재 추천을 받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지난해 학술대회에서 “미국이 금리를 정상화하면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확실한 효과가 있지 않다면 이자율을 낮출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자리에서는 부실 채권을 사들이는 ‘한국판 양적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각각 금융위원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추천을 받은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통화정책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게 눈에 띄지 않는다.
다음달 퇴임하는 금통위원들 중에는 하성근 위원이 선도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해왔고, 2·3월 회의에서도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주장하는 등 대표적 비둘기파로 불린다. 함께 물러나는 정해방 금통위원도 통화 완화 쪽 성향이 강한 편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내릴 때 반대(동결) 의견을 낸 바도 있다.
이렇게 비교하면 새 금통위원 진용이 통화 완화적 성향이 강하리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금통위원 후보자들이 국책연구기관, 경제 부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의 출신 배경을 지녔다는 점에서 정부의 경기 부양 드라이브에 편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통위원들 중에는 학계 출신 비중이 높은 편이었으나 이번 인선에서는 달랐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상당한 편이다.
지난달까지 수출이 14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의 이유로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리를 통한 경기 부양을 정부가 원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심리도 금융위기 또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이후 가장 안 좋다. 한은이 4월에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3.0%로 예상했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낮출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 등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풀린 돈이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는 정도가 만족스럽지 못한 가운데, 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부채 증가나 외국 자본 유출 우려는 상당하다는 것이다.
다음 금통위 회의는 위원 4명의 퇴임 하루 전인 4월19일에 열린다. 한은 안팎에서는 물러나는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를 바꾸고 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신임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주장한다면 5월 회의에서부터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미 하성근 금통위원이 추가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내왔기 때문에 ‘금리 인하 논쟁’ 분위기는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이본영 김경락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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