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덤핑관광의 그늘
또다른 한곳은 무자격 업체
또다른 한곳은 무자격 업체
인천 월미도에서 수천명이 “나도 전지현처럼”을 외치며 ‘대륙의 치맥 파티’를 연출하는 등 통 큰 행보를 보여줬던 중국 아오란그룹 손님들이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떠났다. 이들은 단일 입국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6천명 규모로 지난달 26일 한국을 찾아 7박8일간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에 30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포상관광 유치 관계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번 행사를 유치한 인천광역시와 한국관광공사, 인천관광공사 기관장 등을 격려했다.
하지만 문화부가 치하한 대규모 유커 행사는 정작 정부가 ‘유커 덤핑 단체관광’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최근 퇴출 처분을 한 여행사와 무자격 업체가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행사의 국내 주관사는 ‘대화국제여행사’와 ‘보문세계여행사’였다. 문화부는 비합리적으로 낮은 가격의 단체관광 상품을 팔거나 벌점을 많이 받은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의 자격을 대거 박탈하기로 하고 지난달 27일 209곳 가운데 68개 퇴출 업체 명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대화여행사가 포함됐다. 문화부는 대화여행사의 퇴출과 관련해 “가격합리성이 많이 낮고, 행정처분에 따른 감점을 받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또 다른 주관사인 보문여행사도 현재 허가된 141개 전담여행사에 포함되지 않은 무자격 업체로 확인됐다. 문화부는 보문여행사가 무자격 업체란 사실을 28일에야 알고서 4월1일 인천광역시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대해 백현 인천시 마이스산업 과장은 “보문여행사는 아오란 직원들이 식사 등을 한 송도컨벤시아의 예약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화부 쪽은 “예약만 했더라도, 규정상 문제 될 상황인 것 같다”고 짚었다.
결국 올 들어 ‘저질 덤핑관광 퇴출’이라고 시퍼렇게 서슬을 돋우던 문화부가 ‘유커 800만 유치’라는 실리를 포기할 수 없는 처지이다 보니, 퇴출·무자격 업체가 진행한 행사를 장관이 나서서 치하하는 ‘촌극’을 연출하게 된 셈이다. 이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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