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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낡은 댐, 놔두자니 ‘물’이 문제고 허물자니 ‘돈’이 문제

등록 2016-04-03 20:18수정 2016-04-03 20:18

경기도 성남시 탄천의 15개 보 가운데 탄천보(왼쪽)는 지난 2013년 10월 이미 헐리고, 그 자리에는 돌로 만든 여울이 조성돼 있다. 성남시 유영환 하천관리팀장이 탄천보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성남/김성광 기자 <A href="mailto:flysg2@hani.co.kr">flysg2@hani.co.kr</A>
경기도 성남시 탄천의 15개 보 가운데 탄천보(왼쪽)는 지난 2013년 10월 이미 헐리고, 그 자리에는 돌로 만든 여울이 조성돼 있다. 성남시 유영환 하천관리팀장이 탄천보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성남/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전국에서 보와 댐, 하굿둑 등 물막이 시설을 허물기 위한 움직임이 봇물 터지듯 일어나고 있다.

쓸모없거나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시설들을 허물어 수질과 하천의 생태 환경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활발하던 이런 움직임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다시 꿈틀대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소형 댐) 가운데는 경기도 성남 탄천의 백현보, 대형 댐 가운데는 강원도 평창 도암댐, 하굿둑 가운데는 부산 낙동강 하굿둑이다.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이유는 4대강 사업으로 물막이 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하천의 생태적 기능이나 경제적 가치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어서다.

전국 보 54% 해방 이전에 건설
노후화로 한해 50~100개 역할 상실
대형댐 30%도 30년 이상 낡은 댐

일부 지자체 개방·철거 추진
성남시, 15개 탄천보 중 2곳 헐어
1곳 개방·3곳은 높이 낮춰 운영
낙동강 하굿둑 개방 두고도 논란
부산시 “2017년부터 수문 열겠다”

미국선 매년 60여개 댐 철거
환경·생태의 경제적 가치 주목
“국내도 재평가 시스템 도입” 필요

환경단체 ‘댐 허물기’ 운동 나서
철거 비용 만만찮아 공방 일듯

■ 성남시, 탄천의 보를 허물다 단연 눈에 띄는 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를 남북으로 흐르는 탄천 보들의 사례다. 성남시는 15개 보 가운데 이미 2개를 헐고 1개를 개방했으며 3개는 높이를 낮춰 운영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고정보인 백현보의 개방·철거를 두고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성남 탄천의 최상류에 있는 미금보는 수질 개선을 위해 2015년 1월부터 2개의 수문을 완전히 개방했다. 성남/김성광 기자 <A href="mailto:flysg2@hani.co.kr">flysg2@hani.co.kr</A>
성남 탄천의 최상류에 있는 미금보는 수질 개선을 위해 2015년 1월부터 2개의 수문을 완전히 개방했다. 성남/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달 29일 찾은 성남시 탄천은 기존 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개선해놓았다. 우선 수문이 없는 고정보 8개 가운데 탄천교 부근 탄천보(고정9보)를 완전히 허물고 여울을 설치했다. 길이 61m, 높이 1.35m의 콘크리트 탄천보는 2013~2015년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통해 크고 작은 돌로 이뤄진 여울로 바뀌었다. 여울은 보처럼 물을 가두지 않고 속도를 조금 늦췄다가 다시 빠르게 흐르도록 만든다.

장미라 성남시 수질오염총량팀장은 “물은 여울을 지나면서 물방울을 일으켜 수질 정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2014년 탄천보 철거 뒤 이 여울 부근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3.4~3.7㎎/ℓ에서 2.8~2.9㎎/ℓ로 개선돼 성남의 탄천 구간 중 가장 좋다. 이 지표는 수치가 낮을수록 수질이 좋아짐을 뜻한다.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가동보 5개 가운데 이매보(가동4보)는 상부 고무보를 모두 철거하고 하부 콘크리트 구조물의 가운데를 철거했다. 가동보는 고무로 된 상부만 철거해도 높이가 많이 낮아져 철거와 비슷한 효과가 난다. 콘크리트까지 철거한 하부 구조물 가운데 부분은 물이 자연스럽게 흘렀다.

나머지 4개 고무 가동보 가운데 3개는 고무보의 높이를 완전히 낮춰 언제나 물이 흐르도록 했다. 높이를 낮춘 가동보를 거슬러 오르려는 잉어들의 몸부림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수문이 있는 자동보 2개 가운데 미금보는 아예 수문을 열어 물이 24시간 흐르도록 했다. 길이 47m, 높이 1.6m의 미금보는 용인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물의 수질 개선을 위해 2015년부터 2개 수문을 완전히 개방했다.

다른 자동보인 백현보는 개방·철거를 두고 환경단체와 성남시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 성남 탄천에서 가장 큰 백현보는 과거 농업용수를 가뒀으나, 현재는 주변 농지가 사라져 쓸모가 없어졌다. 성남환경운동연합 김현정 사무차장은 “백현보 등 탄천 주변에서 하루살이에 대한 민원이 많은데, 보로 인해 수질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1단계로 백현보를 개방한 뒤 2단계로 철거하면 안정적으로 수질과 생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시 유영환 하천관리팀장은 “철거 비용 외에 퇴적토 정리, 여울 설치 등 많은 비용이 든다. 당장 철거는 어렵다”고 말했다.

 탄천에서 가장 큰 백현보는 철거와 존치를 두고 환경단체와 성남시 사이에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성남/김성광 기자 <A href="mailto:flysg2@hani.co.kr">flysg2@hani.co.kr</A>
탄천에서 가장 큰 백현보는 철거와 존치를 두고 환경단체와 성남시 사이에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성남/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장은 “전국에 1만7640개 보가 있으며, 이 가운데 54.2%인 9554개가 1945년 이전에 건설됐다”고 말했다. 2008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1년에 50~150개의 보들이 용도를 잃고 있다고 추정했다.

■ “활용도 떨어진 댐 실태조사” 필요 댐 건설 역사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전남에서 가장 큰 영암 불갑제는 1926년 식량 생산을 위한 농업용 저수지로 건설됐다. 1944년에는 산업화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려 강원 화천댐이 지어졌다. 댐 건설의 전성기는 1970~80년대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에 대응해 공업용수 등을 확보하고 홍수에 대처하려는 대규모 다목적댐이 본격 개발됐다. 안동댐(1977)·대청댐(1981)·충주댐(1986)·합천댐(1989) 등이다. 1990년대 이후엔 댐 건설 때 환경·생태 등의 가치가 고려되기 시작했다. 강원도 영월 동강에 건설하려다 무산된 동강댐이 기폭제였다. 1994년부터 6년여간 이뤄진 환경단체 등의 반대운동으로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후 대규모 댐보다는 중소 규모·홍수전용 댐 중심으로 건설이 이어져 왔다.

신규 댐 건설 반대나 기존 댐 개방·철거를 주장하는 쪽은 댐이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갈수록 효과는 떨어지는 반면 건설·유지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엔 크게 주목하지 않던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 같은 환경의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면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분석을 보면, 소양강댐은 1974년 건설 당시엔 편익(28억4천만원)이 비용(20억1500만원)을 앞질렀으나,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해 재분석했더니 2003년엔 편익(231억5천만원)이 비용(238억원)보다 적었다.

전국에는 16개의 다목적댐, 20개의 발전댐 등 60~70개의 초대형 댐이 있고, 높이 15m 이상의 대형 댐은 1300여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35개 댐 가운데 11개(31%)가 30년 이상 된 낡은 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댐 정책에는 해체 관련 내용이 아예 없다. 오래된 댐의 존속가치와 철거·개방에 따른 경제적·환경적 편익을 따져 본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 열린 ‘댐 정책의 현황과 대안’ 토론회에서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용수 공급, 홍수 조절 등 주요 기능을 수행 중인 댐의 철거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도 “활용도가 저하된 댐(저수지)에 대한 실태조사 및 기능 재평가로 재개발 또는 철거를 국가적으로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 댐 허문 미국 ‘수산자원 회복’ 홍보 국내에서도 댐이나 하굿둑보다 규모가 작은 보의 철거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울산 태화강 방사보 철거도 그중 하나다. 방사보는 1987년 태화강 하류 명촌교 부근에 길이 600m, 높이 0.6m 규모로 건설됐다. 태화강과 동해가 만나는 기수역(강물이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이었는데, 방사보로 인해 물 흐름이 더뎌져 수질이 나빠지고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지 못해 생태계와 수산자원이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울산시는 1997~98년 방사보를 일부 철거한 뒤 2006년 전체를 철거했다. 그러자 최대 5.4㎎/ℓ이던 부근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이 넉달 만에 2.8㎎/ℓ까지 떨어졌고, 그 뒤에도 1~3㎎/ℓ 정도를 유지했다. 철거 이후 1~2년 만에 새는 20종에서 23종, 물고기는 9종에서 20종, 저서생물은 2종에서 9종으로 늘었다.

2006년 경기도 고양 곡릉천의 곡릉2보, 2007년 경기도 연천 한탄강 고탄보도 철거됐다. 두 보의 철거는 2007년 경기도 17개 하천에서 모두 21개 보를 철거하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철거 사업은 대부분 중단됐다.

외국에서도 쓸모없는 물막이 시설 철거 사업이 활발하다. 미국은 1912년부터 2015년까지 1300여개의 댐(보 포함)을 철거했고, 특히 1999년 이후에만 860개를 철거했다. 2015년에도 62개를 철거하는 등 최근 매년 50~70개를 철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댐 철거 효과로 인한 연어와 무지개송어 등 수산자원의 회복을 홍보하고 있다.

허재영 대전대 교수는 “외국에서는 댐을 짓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경제성이나 환경 영향, 안전성 등을 평가해 계속 사용 여부를 판단한다. 우리도 재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댐들을 솎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성 논란도 있다. 엔지니어링 회사인 유신의 김자겸 부사장은 “일본의 아라세댐은 저수용량이 1천만t인데 철거 비용이 900억원 이상 든다. 평창 도암댐은 저수용량이 4천만t이나 되므로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비용과 편익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통상 일본의 토목사업은 우리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대한하천학회에서 분석해 보니 한강 신곡보는 150억원, 4대강 보들은 평균 500억원 정도면 철거할 수 있다. 더욱이 철거 뒤 편익을 고려하면 비용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 낙동강 하굿둑은 열릴까? 1988년 완공된 낙동강 하굿둑은 현재 개방 문제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부산시, 시민단체, 학계 등이 모두 개방을 요구하나, 국토교통부와 주변 지방정부들이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서병수 부산시장이 “낙동강 생태계 복원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부산시에 ‘하천살리기추진단’을 만들어 하굿둑 개방 방안과 문제점,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 하구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 수문 개방은 필수적이다. 생활·농업·공업용수 문제는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희규 국토부 하천운영과장은 “주변의 경남과 울산 등 지방정부들과 농민들이 반대한다. 국토부와 환경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중앙부처와도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길이 2400m, 높이 18.7m의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생활·농업·공업용수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건설됐다. 그러나 초기부터 수질과 토양 오염, 생태계와 수산자원 파괴 등 문제로 시민단체들이 수문 개방과 철거를 요구해왔다. 현재 전국에는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3개의 하굿둑과 한강 하구의 신곡보가 있으며, 모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높이 15m 이상의 대형 댐 가운데서는 강원도 평창 도암댐이 논란에 휘말려 있다. 높이 72m, 길이 300m의 도암댐은 1990년 건설돼 91년부터 2001년까지 수력발전에 사용됐다. 그러나 평창군의 송천에서 가둔 물을 수력발전에 사용하고 강릉 남대천에 흘리는 유역 변경 방식이 문제를 일으켰다. 깨끗한 물을 자랑했던 남대천에 녹조류가 번성해 악취, 물고기 떼죽음, 농업 피해, 취수원 오염 등 온갖 문제가 발생했다.

가동 초기부터 강릉의 지방정부와 시민단체, 학자들은 도암댐 방류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결국 2001년 방류가 중단됐다. 도암댐은 지난 15년 동안 가동도 폐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 있다.

강릉 경실련 심헌섭 국장은 “처음엔 시민단체에서도 수질을 개선하면 발전 방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1년 동안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젠 댐의 정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의 조석진 홍보팀장은 “현재 정부에서 수질 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 폐쇄는 검토하지 않으며, 수질을 개선해 재가동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방안”이라고 밝혔다.

성남/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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