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세계경제가 ‘새로운 평범(new mediocre)’이란 덫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5일(현지 시각) 독일의 괴테대학에서 한 연설(http://www.imf.org/external/np/speeches/2016/040516.htm)에서 “세계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경제의 여러 부문에서)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성장률이 너무 오랫 동안 너무 낮게 유지되는 바람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진전(상황)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로운 평범’은 라가르드 총재가 종종 쓰는 말로 성장률이 낮고 성장상태가 고르지 못한 것을 일컫는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런 지속적인 저성장은 잠재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자기강화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서, 이를 되돌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마디로 “세계경제가 증대된 위험과 불확실의 시대를 맞고 있다”는 게 라가르드의 진단이다. 그는 “중국의 상대적 경기둔화, 상품가격의 추가 하락, 많은 나라에서의 금융긴축 가능성 등으로 말미암아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이 지난 6개월새 더 나빠졌다”는 점을 논거의 하나로 들었다. 국제통화기금은 다음주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뜻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라가르드는 세계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동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나라별 여건을 고려하되 구조개혁과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시행을 “현재 상황에서 긍정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부작용이 없지 않은 만큼 조심할 부분이 있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조정을 데이터에 의존해서 신중하게 하겠다고 밝힌 것도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라가르드는 이어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돼야 한다면서도 “통화정책이 더는 경제회복의 알파와 오메가가 될 수 없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재정확대와 구조개혁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앞선 발언들과는 달리 재정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설(https://next.ft.com/content/c25deac8-fb26-11e5-b3f6-11d5706b613b)에서 긴축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독일 정책당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했다.
그는 날로 짙어지는 불평등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세계 최상위 부자 62명이 지닌 부가 세계 최빈층 36억명의 그것과 같다는 옥스팜의 최근 자료를 인용한 뒤, 빈부격차 확대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게 되고 이것이 기존 제도와 국제규범에 대해 의문을 품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이 국경을 폐쇄하고 보호주의로 후퇴하는 것을 해법으로 추구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경 선임기자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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