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마트몰 홈페이지 화면을 갈무리한 이 사진에서는 “이마트몰 점포상품 그대로”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마트몰 화면 갈무리
가까운 점포 직원이 상품 골라 배송하던 방식에서
자동화 시스템 통해 광역 물류센터에서 물건 배송
“아무런 공지도 없이…” “신선식품 신선도 떨어져” 불만
이마트 “고객의 불만사항 개선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자동화 시스템 통해 광역 물류센터에서 물건 배송
“아무런 공지도 없이…” “신선식품 신선도 떨어져” 불만
이마트 “고객의 불만사항 개선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저 이마트몰 VIP인데요. 김포센터로 바뀌고 완전 짜증나요.”(서*맘)
“저도 몇년째 거의 1~2주마다 이마트몰에서 배달시켰는데 최근엔 단골제품도 계속 없고 상태도 예전하고 달라서 오프라인으로 장보고 있는데!!”(리**)
김포센터로 바뀐 후부터 완전 별로에요. 딸기도 다 무르고 ㅜㅜ 저만 느낀 게 아니었네요. 나름 VIP 고객인데 요즘 잘 안 사요.” (삐*)
서울의 한 지역 주민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 까페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 지역은 최근 이마트 ‘온라인 장보기 예약배송’ 시스템이 바뀌었다. 앞서 이마트몰은 온라인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주문하면 가까운 이마트 점포의 직원이 대신 장을 봐서 원하는 곳으로 배송을 해줬다. 하지만 시스템이 바뀌면서 자동화 과정을 통해 물건을 고른 뒤 가까운 점포가 아니라 몇 개의 점포를 총괄하는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골라 배송지로 보내고 있다.
직원이 직접 물건을 고르던 시스템에서 자동화 시스템으로 물건을 고르는 방식이 바뀐 점, 가까운 이마트 점포에서 물건을 보내주던 시스템에서 좀 더 범위가 넓은 광역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보내는 방식으로 바뀐 점 등이 두 시스템의 차이다. 사람이 눈으로 확인해 보내는 시스템이 아니기에 배송되는 신선식품 가운데 ‘불량품’이 있다는 지적부터 물류센터 상품이 이마트 점포에 깔리는 상품과 다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이용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이마트몰은 왜 ‘쓱’ 시스템을 바꿨을까?
이해를 돕기 위해, 직원이 직접 장을 봐 가까운 점포에서 물건을 배송하는 이전 시스템을 ‘직원 배송’, 물류센터에서 자동화 시스템이 물건을 보내는 새로운 시스템을 ‘자동화 배송’이라고 부르자. 이마트가 ‘온라인 장보기 예약배송’에 ‘직원 배송’을 도입한 건 2010년. 하지만 2014년 6월부터 수도권 남부권역을 시작으로 ‘자동화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자동화 배송’ 시스템을 위해 당시 8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용인시에 1만 4605㎡(4418평),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온라인몰 전용 보정센터를 열었다. 상품을 골라 모아주는 ‘자동 피킹 시스템’을 들여오고, 수도권 남부권역 15개 점포가 담당하던 온라인 주문배송을 넘겨받았다. 하루 최대 주문 처리량은 3배가량 늘고, 당일 배송 서비스도 대폭 늘렸다는 게 이마트 쪽 설명이다. 이마트는 2020년까지 최대 6개의 ‘자동화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마트가 이 방침의 일환으로 김포시에 두 번째 물류센터를 개장한 건 지난 2월. 그리고 물류센터에 ‘NExt generation Online Store (차세대 온라인 점포)’의 줄임말인 NE.O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포센터는 지난 2월부터 단계적으로 서울 수도권 20개 점포의 예약배송 업무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클릭 한번으로 점포 상품 그대로 배송해주겠다’는 약속으로 고객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던 이마트몰의 변신을 보는 이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자동화 배송’으로 바뀌면서 품절되기 일쑤였던 상품이 최근 들어 품절되지 않는다든가 당일 배송이 늘어서 좋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배송이 제때 안된다거나 야채·과일 등 신선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등의 지적도 나온다.
3년째 매달 3~4번은 이마트몰에서 장을 봐왔다는 한 40대 직장맘 김아무개씨는 “매해 봄 주문 때마다 딸기를 시켰는데 최근 곰팡이가 피거나 무른 상품이 왔다”며 “늘 좋은 상품만 보내줘서 애용자가 됐는데 의아했다”고 말했다. ‘자동화 배송’ 시스템에 되면서 배송 지점이 인근 점포에서 NE.O 002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이마트몰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마트몰 쪽은 “이런 얘기하는 고객분들이 많이 있다”며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물건이 선별되다 보니 가끔 그런 경우도 있다. 시스템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들일 수 있다. 빨리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사람이 보고 제품을 고르는 게 아니어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60대 여성 박아무개씨는 “매장에서 파는 고기를 바뀐 지점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즐겨 주문하던 순두부 제품은 아예 검색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김씨는 “물건도 물건이지만 점포 상품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공지 없이 갑자기 쓱 바꿔버려 좀 황당하다”고 했다.
배송이 늦어졌다고 지적하는 이용자도 있다. 아이디 win*****를 쓰는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마트몰에서 보낸 이마트 예약배송 시간 안내 문자메시지 “이마트 예약배송 상품이 19:50~20:50에 배송될 예정입니다”를 갈무리해 올렸다. 그 밑에는 이 누리꾼이 선택했던 예약시간이 16:00~19:00로 나와있다.
배송 차량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이용자도 있다. 이마트몰의 깔끔한 노란 배송 차량 대신 일부 지역에 노후한 일반 배송 차량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3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직원 배송’을 하던)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낡은 일반 택배 차량이 배송을 와서 깜짝 놀랐다”며 “냉장 시스템이 갖춰졌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차량 앞면과 옆면의 작은 이마트몰 스티커가 붙은 이 배송 차량은 ‘자동화 배송’ 뒤 늘어난 주문 처리량 때문에 급하게 투입된 듯한 인상을 준다.
반면 이마트몰에서 쇼핑을 자주 하는 30대 남성 김아무개씨는 “배송이 빨라져서 좋다. 예전에 (‘직원 배송’ 시스템을 통해) 점포에서 배송이 올 때는 우리 아파트가 점포에서 제일 먼 쪽이라 종종 배송이 늦어졌는데 김포센터로 바뀐 뒤부터는 가까워서인지 배송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품절되기 일쑤였던 한 유기농 우유제품이 ‘자동화 배송’ 물류센터 시스템 도입 뒤부터 좀처럼 품절되지 않아 좋다는 이용자도 있었다.
이에 이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새 시스템은 고객의 불만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일부 고객들의 불만도 있지만 그야말로 일부”라고 해명했다. 대부분의 이용자는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배송 지연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 만일 배송이 늦어졌다면 주문량이 급증하는 추세 때문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신선식품의 경우 물류센터가 냉장시스템인 ‘콜드체인’으로 구성돼, 오히려 신선도 유지는 전보다 잘된다고 설명했다. 배송 차량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그럴 리가 없다. 우리는 완벽하게 갖춰진 기존의 배송 차량들을 이용해 배송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올 들어 매출이 30% 늘었는데 고객들의 불만이 더 많다면 매출이 늘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4월7일 오전 이마트몰 홈페이지 화면에서도 “매장 상품 그대로 배송해드려요”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마트몰 화면 갈무리
지난 2014년 6월 가동되기 시작한 보정센터 내부의 모습. 이마트몰은 자동적으로 주문 상품을 선별해 포장하는 거대한 ‘자동 피킹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보정센터 외부의 모습. 이마트 제공
4월7일 저녁 서울 한 지역에서 배송 중인 이마트몰 차량의 모습. 이마트몰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노란 이마트몰 차량이 아니라 이마트몰 스티커만 붙여 급조된 듯한 인상을 준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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