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미디어’ 디엠비 단말기 개발경쟁
삼성·엘지전자 앞장, 중소기업도 곧 출시…MP3·휴대전화 등 잠식할 듯
“걸어다니는 눈을 잡아라.” 오는 12월1일 지상파 디엠비(이동멀티미디어방송)의 본 방송을 앞두고 전자업계에 단말기 개발 경쟁이 불붙었다. 이동하면서 미디어를 보는 ‘개인 휴대용 텔레비전’ 시대를 열 디엠비는 올해 30만명에서 2010년께 1000만 가입자가 예상되는 황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디엠비 수신 기능을 갖춘 제품과 관련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다. 두 업체는 일부 제품군에서 ‘세계 최초’ 논쟁 등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휴대전화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정보를 검색하거나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양방향 데이터 방송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2005 한국전자전’에서 선보였던 ‘스윙형 지상파 디엠비폰’에 구현해, 지상파 디엠비 본 방송에 맞춰 관련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음달 초 선보일 명함 크기의 ‘미니켓 포토’는 디지털 카메라에 디엠비 수신 기능을 접목시킨 것이다. 다음달 중순에는 디엠비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모바일 텔레비전’도 내놓을 예정이다. 엘지전자는 각종 교통 및 여행 정보를 지상파 디엠비를 통해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적용된 디엠비폰은 교통정체 구간, 목적지까지의 최단거리, 주차장 현황, 숙박 정보 등에 이르까지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 받을 수 있다. 엘지전자 쪽은 “디엠비의 핵심 기술을 응용한 교통정보서비스의 국제표준화는 물론 단말기 수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디엠비 수신 기능을 갖춘 노트북 컴퓨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엘지전자는 지난 4월 지상파 디엠비 수신이 가능한 노트북에 이어 지난 6월 후속 모델 ‘X노트 익스프레스 LW20’을 내놨다. 12인치급의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동급에 비해 성능을 2배 가까이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크기의 노트북을 개발해 놓고, 연말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차량용 단말기 전문업체인 중앙시스템은 다음달 네비게이션 일체형의 지상파 디엠비 단말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달 초 휴대용 멀티미디어플레이어(피엠피)를 내놓은 코원시스템도 이를 기반으로 한 지상파 디엠비 단말기를 곧 출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디엠비 단말기가 드라마나 시트콤, 뉴스 등 10~30분 분량의 짧은 콘텐츠에서 2~3시간 분량의 스포츠나 영화까지 파고 들며, 라디오와 MP3, 휴대전화 등 기존 미디어 영역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업체들이 한때 사람들의 귀를 지배하기 위해 경쟁했다면 앞으로는 걸어다니는 눈을 누가 먼저 잡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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