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톡’
국내 최초 월기본료 없앤 요금제
노년층·어린이 등에 폭발적 인기
KT의 이동통신망 ‘갑질 임대’ 이용
가입자당 50분까지 임대료 아껴
국내 최초 월기본료 없앤 요금제
노년층·어린이 등에 폭발적 인기
KT의 이동통신망 ‘갑질 임대’ 이용
가입자당 50분까지 임대료 아껴
알뜰폰 사업자인 에넥스텔레콤은 지난 1월4일 국내 최초로 월 기본료를 없앤 요금제 상품을 ‘A제로’란 이름으로 내놓으면서 다달이 50분씩의 무료통화까지 제공한다고 밝혔다. 우체국을 통해 판매한 이 상품은 첫날부터 ‘대박’을 터트려, ‘알뜰폰 대란’ 사태까지 불렀다. 밀려드는 가입 신청을 미처 처리하지 못해 접수를 중단했다가 재개하기를 반복하기까지 했다.
이 요금제 가입자는 이미 6만명이 넘었다. 노년층과 초등학생 등 음성통화 소량 이용자들이 이 요금제로 옮겨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월 1만원 안팎씩 줄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에넥스텔레콤 가입자도 지난해말 28만명에서 39만명으로 늘었다. 다른 알뜰폰 사업자들은 물론이고 이통 3사까지 나서서 “A제로 요금제 가입자는 속 빈 강정이다”, “다 같이 죽자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에넥스텔레콤은 이 요금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에넥스텔레콤은 무슨 배짱으로 기본료를 없앤 데다 다달이 50분씩의 무료통화까지 제공한 것일까? 문성광 에넥스텔레콤 사장이 12일 <한겨레>를 만나 그 배경을 털어놨다.
50분 무료통화는 이통사의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갑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케이티(KT)는 에넥스텔레콤에 이동통신망을 빌려주면서 1분당 40원씩의 임대료, 가입자당 월 1670원씩의 가입자 관리 대행 수수료와 함께 가입자당 월 2천원씩의 기본료를 추가로 요구했다. 대신 가입자의 통화량이 월 2천원어치(시간으로 환산하면 50분)를 넘기까지는 1분당 40원씩의 통신망 임대료를 면제했다.
알뜰폰 사업자 쪽에서 보면, 가입자의 월 통화량이 50분을 넘기 전까지는 추가 통신망 임대료가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에넥스텔레콤은 케이티의 기본료 책정을 통해 이미 대가를 지불한 50분을 무료통화 형태로 가입자에게 넘겨준 것이다. 가입자당 50분까지는 케이티에 임대료를 주지 않아도 돼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문 사장은 “50분 음성통화를 알뜰폰 가입자 기반 확대 마케팅용으로 쓴 것이다. 다 같이 죽자는 게 아니라 알뜰폰 시장을 키워 다 같이 살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알뜰폰 사업자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왜 50분 무료통화를 제공하지 않고 있을까? 문 사장은 “거꾸로 보면, 가입자의 월 통화량이 50분을 넘기 전까지는 케이티한테 임대료를 주지 않아도 되니 그때까지 가입자한테서 발생한 요금은 온전히 수익이 된다. 솔직히 그걸 포기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이용자들에게 알뜰폰의 장점을 알려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좀 더 많은 가입자 기반을 갖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알뜰폰 사업을 10년 이상 해오면서 이미 수익 기반을 갖췄고, 시장의 특성과 흐름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A제로 요금제 가입자는 음성통화량이 월 50분을 넘기 전까지는 요금을 한푼도 안 낸다. 그런데 기본료가 없으니까 가입만 하고 통화를 전혀 안 하는 경우도 많다. 에넥스텔레콤은 지난 4월 케이티에 대가를 지불한 무료통화 50분이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용약관에 월 10분 이상 통화하지 않으면 가입을 강제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한 판매 대행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지금은 우체국 창구 판매를 중단하고 온라인 접수만 받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