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논의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 이것은 하나의 사례인데 기업과 노조가 함께하는 참신한 구조개혁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19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기업구조조정과 고용위기에 대한 견해를 밝히던 중 이례적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눈여겨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유 부총리는 이어 “구조 개혁과 경제활성화 정책은 국민들이 체감해야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중인 고용 모델에 힘을 싣는 모양새였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적용될 수 있는 세제·규제 조건 등을 검토 중이다.
기아차 광주공장 62만대 생산라인
환경차 투자해 100만대 증설 전제로
평균연봉 1억원 고임금 일자리 대신
‘적정임금’ 일자리 1만개 창출 구상 윤장현 광주시장 선거 공약서 출발
밑그림만 그린 채 2년째 출구 못찾아 구조조정 고용위기 대안부재의 시대
유일호 “참신한 구조개혁 지원 뜻” 6월에 각 주체 참여할 위원회 첫발
연봉 1억원-5천만원-3천만원
대기업-협력사, 원-하청 격차 해소
‘사회적 대타협’ 논의 재점화 기대 유 부총리가 언급한 광주형 일자리는 2014년 윤장현 광주시장이 민선 6기 시장으로 선출되면서 핵심 공약으로 내놓았다. 현재 62만대 수준인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더해 38만대의 친환경 자동차 생산설비를 추가 조성해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를 만들고, 이를 통해 4000만원 수준의 ‘적정임금’을 받는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대기업이 설비투자와 고용에 나서면 광주시는 산업단지 조성과 각종 규제 완화 등 지원을 맡겠다는 계획이다. 일자리 확대와 투자 유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나 대신 노동자들은 고임금이 아닌 ‘적정임금’을 받아들여야 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2001년 폴크스바겐이 노사 합의를 통해 독일 볼프스부르크주에 설립한 독립법인 ‘아우토(AUTO) 5000’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고용을 중심에 놓은 사회 통합형 일자리 모델”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러한 일자리 모델이 성공하려면 노사가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시와 시민들이 새로 설립될 제3의 법인에 주주로 참여해 중재와 지원 역할을 맡으며, 노사관계 안정 및 공정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사 간 상생 협력과 사회적 합의가 광주형 일자리의 선결 조건인 셈이다. 광주시는 이를 위해 박병규 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위원장을 사회통합추진단장으로 채용해, 노동 정책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총괄하도록 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결실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임금인상 자제 등 노조 쪽의 양보가 절실했던 까닭이다. 사회통합추진단은 6월 한국노총 광주본부 등 노동계와 지역 산업계, 학계 및 전문가 그룹을 포괄하는 ‘더 나은 일자리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선결 요건인 ‘사회적 대타협’의 시동을 거는 의미를 갖는다. 광주시는 이와 함께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입지 지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와 전남 함평군에 걸쳐 조성되는 빛그린 산업단지(406만㎡)에 친환경 자동차 38만대 규모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개발 계획을 세우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지난해 의뢰한 광주시의 계획안은 ‘비용·편익’(B/C) 분석에서 기준치에 미달해 사업 규모를 절반 정도로 축소(8300억여원→3900억여원)했고, ‘광주형 일자리’ 개념을 추가해 달라는 보완 요구를 받는 등 난관을 겪어왔다. 광주 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 신재형 부위원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노사 상생형 일자리 개념이어서 다소 모호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는 신호탄이 중요하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광주형 일자리 모델 가동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르면 6월께 예비타당성 재심사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가 자동차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깊은 연관이 있다. 자동차 산업은 광주시의 거점 산업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제출받은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 용역 보고서를 보면, 2000년 당시 16만대 수준이었던 광주공장의 생산량은 2013년 48만대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사이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은 광주 지역에서 생산된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의 절반을 넘어섰다(2013년 기준 51.8%). 특히 자동차부품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8%에서 2013년 10.6%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지역 산업 생태계에 ‘낙수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빛과 힘께 그림자도 드리웠다. 한국노동연구원과 기아차 노동조합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기아차의 임금수준은 생산직 초임이 7000만원, 전체 평균은 1억원에 근접한다. 반면 기아차 광주공장 사내하청의 평균 임금은 5000만원 선으로 정직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어 1차 협력사인 ㄱ업체의 정직원은 4800만원, ㄱ업체의 사내하청 평균은 3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2차 협력사 ㄴ업체의 임금은 2800만원, 사내하청은 2200만원으로 조사됐다. 산업 생태계에 놓인 위치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 수준도 계단식 위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노동연구원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따라 제3의 법인 형태로 완성차 공장이 조성될 경우, 원·하청 임금격차를 줄이는 하도급 구조 정비까지를 포괄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직 임금을 4000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이를 통해 절감된 인건비의 일부를 지역 산업 생태계에 나눠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렇게 노사 합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대기업 투자 유치를 넘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밑돌 구실까지 해내야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지지를 받는 성공 모델로 안착할 수 있다고 한국노동연구원은 제언했다. 물론 난관은 남아 있다. 첫번째는 노동조합의 동의 여부다. 새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한테 ‘적정임금’이 주어질 경우, 기존 기아차 노동자들의 고임금에 대한 임금조정 여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는 ‘연대임금 전략’의 일환으로 광주형 일자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별교섭 주체인 금속노조와 총연맹인 민주노총은 찬성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등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광주형 일자리 도입은 자칫 제조업 전반의 임금 저하 등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더라도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과연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에 완성차 생산설비를 추가로 투자할 유인이 있느냐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현대차그룹은 해외 생산 비중을 빠른 속도로 늘려왔다. 특히 현대차는 2013년 기준 해외 생산 비중이 61.5%인 데 비해, 기아차는 44%에 그친다.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기아차에 좀더 높은 셈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해외 생산은 통상 마찰과 환차손 리스크를 피하고,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이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더구나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인 ‘적정임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상당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식적인 언급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가동되더라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금속노조 산별교섭 등에 따라 임금 수준이 본래 기아차 수준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산업구조 개편과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다양한 이유로 ‘광주형 일자리’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은 “현재로선 현대차그룹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이러한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리더십이 해야 할 일”이라며 “자동차산업의 역동성 저하 등을 고려하면 산업적 측면에서라도 광주형 일자리 방식의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더욱 적극적으로 광주형 일자리에 관심을 보이고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 주체들 사이의 합의와 참여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며 “특히 노동조합이 그동안 개별 사업장의 임금인상 중심 교섭 전략에서 벗어나, 일자리와 연대임금을 교섭의 중심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규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장은 “6월을 기점으로 민주노총을 포함한 지역사회 각 주체들이 광주형 일자리를 논의할 수 있는 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라며 “이를 기점으로 일자리를 중심에 놓은 지역사회 통합 분위기가 조성되면, 현대차그룹과도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지역고용 살린 승부수 독일 ‘아우토반 5000’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 폴크스바겐의 ‘아우토(AUTO) 5000’의 맥을 잇는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고용 불안에 직면한 기업과 노동조합,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 만들어낸 해결책이었다. 인구 12만명에 불과한 독일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시에는 폴크스바겐 본사 공장이 있다. 시민 5만명이 공장과 협력업체에서 근무할 정도로 폴크스바겐은 지역 경제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1990년 동독과의 통일 등으로 독일 내부 산업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되자, 폴크스바겐은 공장 해외 이전을 추진했다. 지역 경제가 붕괴된다는 논란이 이어지던 중 1999년 페터 하르츠 폴크스바겐 노무이사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는 대신, 5000마르크(약 3500만~400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실업자) 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아우토 5000 논의의 시작이었다. 독일의 금속노조와 폴크스바겐은 긴 협상 과정을 통해 2001년 8월 교섭을 타결했다. 폴크스바겐은 실제 볼프스부르크시에서 실업자 3500명(1500명은 향후 채용하기로 했으나 미이행)을 채용하고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노동자들은 6개월간의 교육 기간을 거쳐 미니밴 투란, 도시형 스포츠실용차(SUV) 티구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우토 5000 생산시설은 기존 폴크스바겐 공장 내부에 증설됐지만, 노동자를 채용한 것은 폴크스바겐이 아닌 독립법인 아우토 5000이었다. 한 공장 안에 두 개의 법인과 두 개의 임금체계가 공존한 셈이다. 아우토 5000은 노동자와 사용자 동수로 구성된 사업장평의회 등을 통해 직장 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노사 협치 모델을 정착시켰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낸 페터 하르츠 폴크스바겐 노무이사는 향후 독일 노동개혁위원장을 맡아 ‘하르츠 개혁’이라 불리는 노동 개혁을 이끌었다. 노현웅 기자
환경차 투자해 100만대 증설 전제로
평균연봉 1억원 고임금 일자리 대신
‘적정임금’ 일자리 1만개 창출 구상 윤장현 광주시장 선거 공약서 출발
밑그림만 그린 채 2년째 출구 못찾아 구조조정 고용위기 대안부재의 시대
유일호 “참신한 구조개혁 지원 뜻” 6월에 각 주체 참여할 위원회 첫발
연봉 1억원-5천만원-3천만원
대기업-협력사, 원-하청 격차 해소
‘사회적 대타협’ 논의 재점화 기대 유 부총리가 언급한 광주형 일자리는 2014년 윤장현 광주시장이 민선 6기 시장으로 선출되면서 핵심 공약으로 내놓았다. 현재 62만대 수준인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더해 38만대의 친환경 자동차 생산설비를 추가 조성해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를 만들고, 이를 통해 4000만원 수준의 ‘적정임금’을 받는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대기업이 설비투자와 고용에 나서면 광주시는 산업단지 조성과 각종 규제 완화 등 지원을 맡겠다는 계획이다. 일자리 확대와 투자 유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나 대신 노동자들은 고임금이 아닌 ‘적정임금’을 받아들여야 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2001년 폴크스바겐이 노사 합의를 통해 독일 볼프스부르크주에 설립한 독립법인 ‘아우토(AUTO) 5000’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고용을 중심에 놓은 사회 통합형 일자리 모델”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러한 일자리 모델이 성공하려면 노사가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시와 시민들이 새로 설립될 제3의 법인에 주주로 참여해 중재와 지원 역할을 맡으며, 노사관계 안정 및 공정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사 간 상생 협력과 사회적 합의가 광주형 일자리의 선결 조건인 셈이다. 광주시는 이를 위해 박병규 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위원장을 사회통합추진단장으로 채용해, 노동 정책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총괄하도록 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결실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임금인상 자제 등 노조 쪽의 양보가 절실했던 까닭이다. 사회통합추진단은 6월 한국노총 광주본부 등 노동계와 지역 산업계, 학계 및 전문가 그룹을 포괄하는 ‘더 나은 일자리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선결 요건인 ‘사회적 대타협’의 시동을 거는 의미를 갖는다. 광주시는 이와 함께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입지 지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와 전남 함평군에 걸쳐 조성되는 빛그린 산업단지(406만㎡)에 친환경 자동차 38만대 규모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개발 계획을 세우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지난해 의뢰한 광주시의 계획안은 ‘비용·편익’(B/C) 분석에서 기준치에 미달해 사업 규모를 절반 정도로 축소(8300억여원→3900억여원)했고, ‘광주형 일자리’ 개념을 추가해 달라는 보완 요구를 받는 등 난관을 겪어왔다. 광주 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 신재형 부위원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노사 상생형 일자리 개념이어서 다소 모호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는 신호탄이 중요하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광주형 일자리 모델 가동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르면 6월께 예비타당성 재심사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가 자동차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깊은 연관이 있다. 자동차 산업은 광주시의 거점 산업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제출받은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 용역 보고서를 보면, 2000년 당시 16만대 수준이었던 광주공장의 생산량은 2013년 48만대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사이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은 광주 지역에서 생산된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의 절반을 넘어섰다(2013년 기준 51.8%). 특히 자동차부품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8%에서 2013년 10.6%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지역 산업 생태계에 ‘낙수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빛과 힘께 그림자도 드리웠다. 한국노동연구원과 기아차 노동조합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기아차의 임금수준은 생산직 초임이 7000만원, 전체 평균은 1억원에 근접한다. 반면 기아차 광주공장 사내하청의 평균 임금은 5000만원 선으로 정직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어 1차 협력사인 ㄱ업체의 정직원은 4800만원, ㄱ업체의 사내하청 평균은 3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2차 협력사 ㄴ업체의 임금은 2800만원, 사내하청은 2200만원으로 조사됐다. 산업 생태계에 놓인 위치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 수준도 계단식 위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노동연구원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따라 제3의 법인 형태로 완성차 공장이 조성될 경우, 원·하청 임금격차를 줄이는 하도급 구조 정비까지를 포괄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직 임금을 4000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이를 통해 절감된 인건비의 일부를 지역 산업 생태계에 나눠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렇게 노사 합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대기업 투자 유치를 넘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밑돌 구실까지 해내야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지지를 받는 성공 모델로 안착할 수 있다고 한국노동연구원은 제언했다. 물론 난관은 남아 있다. 첫번째는 노동조합의 동의 여부다. 새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한테 ‘적정임금’이 주어질 경우, 기존 기아차 노동자들의 고임금에 대한 임금조정 여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는 ‘연대임금 전략’의 일환으로 광주형 일자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별교섭 주체인 금속노조와 총연맹인 민주노총은 찬성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등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광주형 일자리 도입은 자칫 제조업 전반의 임금 저하 등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더라도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과연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에 완성차 생산설비를 추가로 투자할 유인이 있느냐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현대차그룹은 해외 생산 비중을 빠른 속도로 늘려왔다. 특히 현대차는 2013년 기준 해외 생산 비중이 61.5%인 데 비해, 기아차는 44%에 그친다.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기아차에 좀더 높은 셈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해외 생산은 통상 마찰과 환차손 리스크를 피하고,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이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더구나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인 ‘적정임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상당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식적인 언급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가동되더라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금속노조 산별교섭 등에 따라 임금 수준이 본래 기아차 수준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산업구조 개편과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다양한 이유로 ‘광주형 일자리’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은 “현재로선 현대차그룹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이러한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리더십이 해야 할 일”이라며 “자동차산업의 역동성 저하 등을 고려하면 산업적 측면에서라도 광주형 일자리 방식의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더욱 적극적으로 광주형 일자리에 관심을 보이고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 주체들 사이의 합의와 참여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며 “특히 노동조합이 그동안 개별 사업장의 임금인상 중심 교섭 전략에서 벗어나, 일자리와 연대임금을 교섭의 중심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규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장은 “6월을 기점으로 민주노총을 포함한 지역사회 각 주체들이 광주형 일자리를 논의할 수 있는 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라며 “이를 기점으로 일자리를 중심에 놓은 지역사회 통합 분위기가 조성되면, 현대차그룹과도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지역고용 살린 승부수 독일 ‘아우토반 5000’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 폴크스바겐의 ‘아우토(AUTO) 5000’의 맥을 잇는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고용 불안에 직면한 기업과 노동조합,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 만들어낸 해결책이었다. 인구 12만명에 불과한 독일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시에는 폴크스바겐 본사 공장이 있다. 시민 5만명이 공장과 협력업체에서 근무할 정도로 폴크스바겐은 지역 경제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1990년 동독과의 통일 등으로 독일 내부 산업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되자, 폴크스바겐은 공장 해외 이전을 추진했다. 지역 경제가 붕괴된다는 논란이 이어지던 중 1999년 페터 하르츠 폴크스바겐 노무이사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는 대신, 5000마르크(약 3500만~400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실업자) 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아우토 5000 논의의 시작이었다. 독일의 금속노조와 폴크스바겐은 긴 협상 과정을 통해 2001년 8월 교섭을 타결했다. 폴크스바겐은 실제 볼프스부르크시에서 실업자 3500명(1500명은 향후 채용하기로 했으나 미이행)을 채용하고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노동자들은 6개월간의 교육 기간을 거쳐 미니밴 투란, 도시형 스포츠실용차(SUV) 티구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우토 5000 생산시설은 기존 폴크스바겐 공장 내부에 증설됐지만, 노동자를 채용한 것은 폴크스바겐이 아닌 독립법인 아우토 5000이었다. 한 공장 안에 두 개의 법인과 두 개의 임금체계가 공존한 셈이다. 아우토 5000은 노동자와 사용자 동수로 구성된 사업장평의회 등을 통해 직장 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노사 협치 모델을 정착시켰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낸 페터 하르츠 폴크스바겐 노무이사는 향후 독일 노동개혁위원장을 맡아 ‘하르츠 개혁’이라 불리는 노동 개혁을 이끌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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