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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일호 부총리는 ‘고백성’ 발언에 그쳐선 안된다

등록 2016-05-25 14:24수정 2016-05-25 16:22

수출 감소 등 경기 좋지않다는 점 뒤늦게 시인
일자리 늘리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대책 필요
“수출도 안 좋고 투자 부진과 민간부문 활력 둔화로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고 청년실업률도 상승해 일자리 창출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말씀을 솔직히 드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20일 여야 3당 정책위의장들과 연 제1차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한 말이다. 유 부총리는 “여건이 녹록지 않다. 세계 경기둔화가 우리 수출에 직격탄이 돼 수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력산업 경쟁력도 저하되는 가운데 (부진한) 기업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우리 경제의 활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의 ‘고백성’ 발언은 뜻밖이다. 한달 전 경제위기론을 부인하며 목소리를 높이던 때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치권 한편에서) 근거없는 경제위기론을 조장하며 경제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국민과 기업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3월 들어 수출 감소폭이 축소되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내수지표 개선 조짐이 보인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말이다.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둘째)과 첫 민생현안점검회의를 하기에 앞서 유 장관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유 부총리, 변재일 더불어민주당ㆍ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둘째)과 첫 민생현안점검회의를 하기에 앞서 유 장관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유 부총리, 변재일 더불어민주당ㆍ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나는 유 부총리의 현실 진단이 이렇게 달라진 데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그가 이제라도 경제난을 타개할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런데 유 부총리가 며칠전 일자리 상황에 대해 한 말은 특히 걱정스럽다. 두어가지 수치만 살펴보자. 우선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 등 30대 그룹(공기업 제외) 계열사 272곳의 고용 인원이 지난해말 현재 101만3142명으로 한해 전에 견줘 0.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그룹의 고용 감소는 7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또한 100대 상장사의 직원수가 지난해말 이후 3개월 새 0.2% 감소했다. 경기 부진의 여파가 길어지면서 대기업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조선업계 등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감원 바람은 중소 하청업계로 이어져 고용 주름살은 더 깊게 패이기 마련이다. ‘질 낮은’ 일자리도 크게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어떤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사태의 심각성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월 중순 새해 기자회견에서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제정책의 중심을 고용률을 높이는 데 두겠다고 말했다. “저는 성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용률이라고 생각한다. 성장률이 높다고 해도 고용률이 높지 않으면 국민이 체감을 못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용률은 취업자수를 생산가능인구수로 나눈 것으로 실업률이 안고 있는 과소 집계 등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지표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의 언급은 상당히 의미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와 취임 초기에도 고용률을 중시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유 부총리도 박 대통령의 뜻을 받아 2월 초 “올해 경제정책 운용의 중심은 일자리 창출이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효성있는 정부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거시정책과 미시정책을 아우른 마스터플랜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한때 야심차게 추진하는 듯하던 ‘고용률 70% 로드맵’에도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다. 그러니 고용률(일자리)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말이 공허할 수밖에 없다.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법안이 처리되기만 하면 고용 증대에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학 교수가 동료 경제학자와 함께 쓴 글에 나오는 한 대목을 덧붙인다. “실업은 (당사자에게) 금융 압박은 물론,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손상을 낳는다. 연구결과들은 실업이 높은 사망률과 연관관계에 있음을, 특히 일자리를 잃은 직후 더 그러함을 보여준다.… 실업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자살률이 늘고 심지어 암 사망률도 늘어난다. … 해고는 그 이후 몇년 동안 이혼할 가능성을 높이고, 자녀가 유급할 소지를 키운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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