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삼성물산 매수가 올리라는 결정에
윤주화 사장 등 “말도 안되는 소리”
이재용 부회장은 아무 언급 없어
윤주화 사장 등 “말도 안되는 소리”
이재용 부회장은 아무 언급 없어
삼성그룹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진행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 하락을 유도했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삼성 경영진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이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했다.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모이는 ‘수요사장단협의회’ 회의가 열린 1일 오전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1심과 2심 (결과가) 다르지 않냐”며 “(법원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주식매수가격 조정을 신청한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내린 판단이 옳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합병을 추진할 때 제일모직 사장으로 있던 윤주화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도 엘리엇의 판단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며 법원에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까지 낸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이 1심 소송을 기각하자, 엘리엇은 삼성과 별도로 합의를 하고 2심을 취하했다.
이날 최 사장 등 삼성 경영진의 발언은 앞으로 구체적인 법적 절차를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이 결정문을 비교해 언급한 것은 1심과 2심에서 엇갈리는 결과가 나왔으니 대법원에서 유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심 및 관련 사건에서 인정받았던 내용들이 이번 결정에서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라며 “이번 결정문 내용을 검토한 뒤 재항고심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 30일 옛 삼성물산 지분의 2.11%를 가진 일성신약과 소액주주가 “삼성물산이 합병을 할 때 제시한 주식 매수가가 너무 낮다”며 낸 주식매수청구 가격 변경 신청에 대해 “1심을 파기하고 매수가를 올리라”고 결정했다. 일성신약과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7월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물산에 보유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처럼 적정 주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이 부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언급을 피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 부회장은 행사를 마친 뒤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자리인 호암상 행사장에서 이 부회장이 나서서 경영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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