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 따라
은행들도 예금금리 인하 임박
이르면 이번주 0%대 진입할 수도
부동산·증시로 대거 이동 가능성
기업 구조조정 등 리스크 만만찮아
“자금 이동 효과 미미할 것” 전망도
은행들도 예금금리 인하 임박
이르면 이번주 0%대 진입할 수도
부동산·증시로 대거 이동 가능성
기업 구조조정 등 리스크 만만찮아
“자금 이동 효과 미미할 것” 전망도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내리면서, 유동성 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대거 이동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단기시장 금리와 함께 장기시장 금리, 은행의 여·수신금리가 순차적으로 내려가게 된다.
12일 금융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1%대 초반 수준인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이르면 이번주부터 0%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 시중은행이 금리인하를 미룰 유인이 별로 없다”며 “예금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앞서 증권사들은 지난 10일부터 발빠르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상품 금리를 줄줄이 낮췄다.
이에 따라 예금통장 등에 잠자고 있던 단기자금이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곳을 쫓아 부동산·주식·채권시장 등으로 대거 이동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시장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말 현재 151조5930억원으로 한해 전(117조1660억원)보다 30조원 이상 늘었다.
사상 최저 금리로 자금이 유입될 유인이 가장 커진 곳은 주식·채권 시장 등이다. 실제 지난해 6월 기준금리가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하락하자, 코스피 거래대금은 전달에 견줘 25조2767억원 늘어난 바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9일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도 23조6715억원으로 전날보다 1조604억원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하반기 한차례 더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꿈틀거리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중도금 대출 금리가 인하되면 아파트·재건축 투자 쪽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는데 당장 최근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은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 이동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기업 구조조정, 미국 금리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추가적인 리스크가 산재한 상황에서, 안전 자산을 지키려는 성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통화량 증가에 따른 통화 유통 속도도 0.71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저수준이다. 금리인하와 통화량 증가 등에도 돈이 돌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완중 연구위원은 “자금 흐름은 금리뿐만 아니라, 경기 등 구조적 영향과 제도적 영향을 두루 받는다”며 “고수익 위험투자·안정추구·중수익형 등 투자 성향에 따라 개별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미국 금리 인상 등의 리스크 영향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이동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요구불예금으로 쌓이는 최근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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