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하늘도시에서 나온 점포겸용 단독주택지 공급에 6만여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최고 90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영종하늘도시 모습.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공공택지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하늘도시에서 공급되는 실수요자용 단독주택지 177필지에 무려 6만여명이 몰리는 청약 광풍이 몰아쳤다. 때마침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갈 곳을 잃고 떠도는 시중 부동자금이 수익을 기대할 만한 수도권 토지 청약시장에 한꺼번에 몰려든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날 오후 4시 신청을 마감한 영종하늘도시 점포겸용 단독주택지 177필지에 6만4350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364 대 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위치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진 1개 필지(지번 2010-501)는 920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단독주택지 추첨 경쟁률 사상 최고치로, 엘에이치가 지난 3월 공급한 부산명지 점포겸용 단독주택지에서 나온 종전 최고기록(6234 대 1)을 경신한 것이다.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청약시스템이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공인인증서를 가진 사람이 엘에이치의 누리집 청약센터에서 1인 1필지만 신청하는 방식인데도 접속량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접속 지연으로 대기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나자 엘에이치는 애초 14일 오후 4시였던 신청 마감시한을 다음날 오전 10시, 오후 4시 등 두 차례 연기했다. 사흘간 청약자들이 1000만원씩 납부한 신청 예약금만 643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5월에 이어 영종하늘도시에서 마지막으로 공급된 이번 점포겸용 단독주택지는 필지당 면적이 308~603㎡, 공급가격은 3.3㎡당 약 400만원 선으로 필지별로 3억7600만~7억2300만원이다. 총 177필지 가운데 에이치(H)10블록 33필지는 올해 하반기 개장 예정인 씨사이드 파크와 가깝고, 에이치19블록 144필지는 중심 주거지역에 위치해 수요자들이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여왔던 곳이다.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단독주택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해 5월 영종하늘도시에서 공급된 점포겸용 단독주택지 1차분은 평균 51 대 1, 최고 169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들어선 지난달 경기 부천 옥길지구에서 공급된 주거전용 단독주택지 39필지와 점포겸용 단독주택지 22필지에 3만1874명이 몰려 평균 522.5 대1, 최고 472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공택지 내 점포겸용 단독주택지의 경우 1층 점포와 함께 3층 이하로 최대 3가구까지 주택을 지을 수 있어, 임대수익과 동시에 자산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영종하늘도시 단독주택지의 청약 광풍은 이처럼 높아진 단독주택의 인기에 더해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격 인하가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점포주택을 지어 노후에 대비하려는 실수요자뿐 아니라 당첨 뒤 전매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도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택지 내 단독주택지는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계약자가 잔금을 내고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까지는 최초 공급가격 이하로 전매할 때만 명의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웃돈을 주고받고 이를 숨겨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전매가격 제한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관련 법을 바꿔 점포겸용 단독주택지도 추첨 방식이 아니라 상업용지처럼 높은 가격을 써내는 사람에게 공급하는 공개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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