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의 어려운 환경에서 버텨내고 있는 중소기업에 제 공직 경험이 작으나마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20일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위원에 위촉된 지철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은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많이 생겨나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포함한 양극화 문제 해결”이라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중소기업 성장”이라고 말했다.
지 자문위원은 공정위 재직 시절 ‘저격수’,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불공정거래 문제를 정확히 찾아내 엄격하게 업무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 경쟁정책국장, 기업협력국장,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공정위 출신이 중기중앙회 자문위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기중앙회는 지 자문위원이 공정위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해소와 제도 개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 자문위원은 이른바 대-중소기업 간 ‘갑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갑의 횡포를 제재해 시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갑의 횡포가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중소기업들이 작지만 다수의 힘과 목소리를 결집해 대기업과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지 자문위원은 앞으로 대기업의 하청기업,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업체, 대기업과 거래하는 자영업자들이 불공정한 거래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납품 단가, 유통업체 판매수수료 문제처럼 정부 정책이나 사법당국의 법 집행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이 해결 방안을 찾도록 조언하겠습니다.”
지 자문위원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의 불공정 거래와 더불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을 떠나니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며 “요즘 같은 정보통신 기술 융합시대에는 정책당국의 눈과 귀가 과거보다 더욱 크고 넓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도 필요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 또한 필요하지만, 스스로 헤쳐나갈 여력이 있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정책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데, 중소기업이 발전해 경제 활성화가 이뤄지면 실업 문제나 빈부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겁니다.”
글·사진 윤영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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