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장관 때인 2011년 2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최중경 전 장관. 연합뉴스
“회계가 바로 서야 기업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국가경제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최중경(60)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회계사 모임인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을 맡아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위기에 처한 회계업계의 ‘해결사’로 나섰다. 하지만 최 회장은 ㈜효성의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대규모 분식회계로 실형 선고와 함께 해임권고까지 받은 조석래 회장 등 최고경영진의 이사 재선임에 찬성한 전력이 드러나, 회계사회 회장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 전 장관이 지난 23일 회장으로 취임한 공인회계사회는 기업의 건전 경영을 유도하며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회계사들을 지도·감독하는 목적으로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기구다. 최 회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지경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다. 회계사 자격이 있는 최 회장은 공무원이 되기 전에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최 회장은 취임사에서 “회계산업이 올곧아지려면 회계감사 기반이 탄탄해져야 하고,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건 회계사뿐”이라며 “최근 기업 회계부정 문제를 보면, 회계감사인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전반에 깔린 회계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겠다. 국민과 국회가 회계업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고위임원은 “최근 검찰과 금융감독당국이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혐의를 조사하고, 회계부정에 책임 있는 회계사에 대한 제재 강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 회장의 선출은 오랜 공직 경험을 살려 회계업계의 혁신을 이끌고 외풍을 잘 막아달라는 회원들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효성의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이 1조원에 가까운 분식회계와 1천억원이 넘는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년6월~3년의 실형 내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감독당국으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았는데도, 2016년 3월 주총을 앞두고 이사회에 이사 재선임 강행안을 제출한 것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 회계사는 “회계부정은 회계 투명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회계사나 회계사회에게는 암적 존재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경영진의 이사 재선임에 찬성한 최 전 장관이 회계사회 회장을 맡는 게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냐”고 짚었다.
경제개혁연대도 24일 논평을 내어 “분식회계에 책임이 있는 효성 경영진의 이사 재선임에 찬성을 한 최 전 장관이 불과 3개월 뒤 회계사회 회장을 맡아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코미디와 같다”면서 “효성의 분식회계에 면죄부를 준 잘못을 인정하고, 효성과 케이티캐피탈의 사외이사를 모두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계사회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사 재선임 의안에 찬성한 것은 조 회장 등의 해임 권고에 대해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한 것이고, 사외이사를 사임할 생각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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