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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엔·달러화·금 등 안전자산 찾아 ‘대이동’

등록 2016-06-24 22:04수정 2016-06-25 09:03

혼돈의 세계 금융시장
밤샘근무에 점심 건너뛴 금융가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전화회의
영국·스위스 등 통화가치 방어 안간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종료된 뒤 개표가 진행되던 9시간 남짓 동안 세계 금융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며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결국, 엔화·달러화·금·국채 등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신흥국 통화와 증시 등 위험자산은 폭락세를 연출했다.

■ 안전자산으로 몰린 자금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시장 참가자들은 안전자산의 우산 속으로 대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안전자산인 엔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99.02엔까지 떨어져 201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도 이날 8.1%나 올랐다. 국내외 국채 금리는 급락세를 보이며 국채 수요가 몰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국채 금리 하락은 국채 값이 치솟았다는 얘기다. 이날 우리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88%포인트 하락한 연 1.249%에 마감했다. 사상 최저치이자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25%)보다 0.0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값도 7년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국내 한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예상과 다른 결과에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당분간은 국채 금리가 낮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위험자산인 원유 등 상품 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달 대비 3.8% 하락한 배럴당 48.96달러에, 서부텍사스유(WTI)는 3.8% 떨어진 48.21달러에 거래됐다. 브렉시트의 직격탄을 맞은 파운드화는 한때 1.32달러대로 11%나 폭락해 198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화 역시 4.3% 폭락해 1.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1999년 도입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파운드화 11%, 유로화 4%가 하락하는 반면 엔화가 14% 절상할 것”이라고 한 전망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 세계 증시 추락에 피말린 금융권 하락세를 면치 못한 주식시장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쟁 같은 하루를 보냈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점심 약속도 취소하고 브렉시트 상황을 지켜봤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 많은 금융권 종사자들이 점심도 거른 채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시티그룹, 제이피(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은 영국 런던에서 일하는 임원과 트레이더들에게 밤샘근무나 교대근무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공포는 개표시간에 장을 열었던 아시아 증시를 시작으로 전세계로 전염됐다. 전 거래일보다 3.09% 하락해 4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코스피는 그나마 충격이 덜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7.92%나 폭락했다. 유럽은 장 초반 두 자릿수의 폭락세를 보이는 등 패닉에 빠졌다가, 이후 낙폭을 줄였다. 시차를 두고 열리는 미국 증시도 여파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는 단기적인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미국계와 영국계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은 상장주식 36조4770억원어치(5월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액(433조9600억원)의 8.4%로 미국계(172조8200억원) 다음으로 많다.

■ 자국 통화가치 방어 ‘비상’ 브렉시트 여파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각 나라는 통화가치 방어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한 데 따른 금융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2500억파운드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인도 중앙은행도 이날 긴급유동성 공급 의지를 밝혔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직접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또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긴급 전화 콘퍼런스를 열었다고 독일 재무장관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우리는 (영국) 국민투표에서 다른 결과(영국의 잔류)를 희망했지만, 이 결과(탈퇴)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충격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예상과 다른 결과에 패닉 현상이 나타났으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처럼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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