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롯데 주총서 해임안 부결
신동주 불복 “끝까지 싸우겠다”
신동주 불복 “끝까지 싸우겠다”
검찰의 수사 착수에 이어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일본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2년 사이에 세 차례나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면서 신 회장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굳혀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분쟁의 불씨를 완전히 끄지 못한 ‘미완의 승리’인 데다 검찰 수사라는 중대 변수를 남겨두고 있어 경영권 다툼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롯데그룹 등의 말을 종합하면, 홀딩스는 전날 일본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열린 주총에서 홀딩스 대표이사인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주주 과반 이상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한·일 롯데그룹은 홀딩스를 지배하면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인데, 신 전 부회장이 홀딩스 지분의 33.8%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쓰쿠다 사장 등 현 경영진이 종업원지주회(지분율 31.1%)와 임원지주회(6.6%), 관계사 의결권(15.6%) 등을 통제하고 있어, 주주 의결권의 과반 이상(53.3%)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신 회장 개인 지분은 1.5%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신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당면한 어려움 속에서도 현 경영진이 이뤄낸 경영 성과를 주주들이 인정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8월과 지난 3월에도 신 전 부회장 주도로 경영진 해임안이 주총 안건으로 올라왔으나 부결됐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 쪽이 앞으로 ‘무한 주총’을 예고해 분쟁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신 전 부회장은 주총 뒤 “쓰쿠다 사장과 신 회장의 불법적 경영권 찬탈 과정, 한국에서의 비리 등 사실을 깨달은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이 속속 (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롯데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적절한 시점이 되면 회원들 스스로 불합리한 종업원지주회 의결권 행사 구조를 변경하고자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으로서는 싸움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신 전 회장이 경영진 해임안을 지속적으로 상정하겠다는 것에 대해 롯데그룹은 “같은 주장을 지속해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와 처벌 수위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권 장악력이 계속 도마에 오를 수 있고, 주주들의 표심도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신 회장의 다음 주말 귀국을 전후해 소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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