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지 빠르면 한두달 안에 결정될 듯
박 대통령 대구공항 이전 꼭 집어…“선심성 정책 없다”던 정부의 헛말
군공항 이전 추진하던 수원·광주 형평성 논란
박 대통령 대구공항 이전 꼭 집어…“선심성 정책 없다”던 정부의 헛말
군공항 이전 추진하던 수원·광주 형평성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공항 조속 이전’을 지시하면서, 정부가 부지 선정 작업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민·군(K2 공군기지) 통합 공항인 대구공항은 전투기 소음과 고도 제한 등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수십년간 민원이 제기돼온 곳으로, 이번 결정은 ‘밀양 신공항’ 무산에 대한 보상 성격이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대통령 지시 사항인 만큼 시간을 오래 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안에서는 부지 선정이 빠르면 1~2개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공항 이전에 적극 나서면서 후보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경북 일부 시·군에서는 벌써부터 공항 유치전이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영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또다시 ‘신공항’ 문제가 불거져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군공항 이전은 경기 수원시와 광주광역시도 추진하는 사안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만 힘을 실어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 ‘새 대구공항’ 어디로 결정될까?
국무조정실은 이날 국토교통부·국방부·기획재정부·대구시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지리적 여건과 민·군 공항 통합 이전이 가능한지 등을 분석해 부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민간공항만 생각하면 접근성과 안전성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도시공항 위치는 도심에서 50㎞, 30분 거리 이내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대구공항은 군공항이기도 해서 군사적 고려도 중요하다.
경북 군위군이 12일 가장 먼저 유치 의사를 밝혔다. 대구 도심에서 30분 거리이며, 땅값이 싸 건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게 장점이다. 신순식 군위 부군수는 “군위는 대구 근교이지만 인구가 줄고 낙후돼가고 있다. 공항을 유치하면 대구도시철도 연장 등 지역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이 많아 대규모 공항 터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한때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된 경북 영천은 가장 적합한 곳으로 손꼽힌다. 경주시와 포항시, 울산시가 가까워 항공 수요가 많고, 대구에서도 30~40분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공항이 들어설 수 있는 영천시 금호읍에는 경마공원을 조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의성군도 적극적이다. 한때 경북도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 안계평야와 다인 등지에 넓은 공간이 있지만 대구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게 단점이다. 공군기지가 자리잡고 있는 예천군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 노골적인 선심성 정책 비판
대구공항은 대구시 동구 6.71㎢ 부지에 활주로 2개와 국제공항 시설을 갖추고 있다. 새 공항 건설에는 부지 확보 및 건설에 7조2500억원이 들어가고, 기간은 13년이 걸릴 것으로 대구시는 추정한다. 민간항공기 운영과 관련된 시설까지 포함하면 총사업비는 7조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공항 이전은 2013년 통과된 ‘군공항 이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비 지원 없이 ‘기부 대 양여’(맞바꾸기) 형태로 진행된다. 군공항 이전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비행장 부지 매각 비용으로 새 부지에 비행장을 만드는 방식이다. 문제는 대구시가 기부·양여 방식만으로 이 비용을 마련할 수 있냐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구신공항에 국비가 지원되면 군공항 이전을 요구하는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줘 재정이 부족한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에 대한 대통령의 선심성 정책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영남권 신공항 계획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직후 “(떨어진 후보지)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부의 선심성 사업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헛말’이 돼버렸다. 현재 군공항 이전을 논의 중인 지역은 경기 수원, 광주광역시, 대구시 등 3곳이다.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은 지난해 국방부와 합의돼 조만간 후보지가 발표될 예정이다. 광주도 군공항 이전 건의안을 최근 국방부에 냈다. 정부로서는 3개 군공항 이전을 한꺼번에 추진하기 쉽지 않아, 대구 군공항 이전으로 수원시와 광주시가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소연 최혜정 기자, 대구/구대선 기자 dand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