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송파구 등 동남권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셋값이 떨어지는 ‘역전세난’ 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로선 입주 물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곳에서 전셋값이 조정되는 국지적 현상이지만, 내년부터 수도권 일대에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역전세난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한국감정원과 부동산 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서울 동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역전세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 강동·송파·서초구 전셋값은 3주 연속 하락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59㎡의 경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셋값이 6억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5억5000만원에 거래된 매물이 등장했다. 6~7개월 새 전셋값이 1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전용면적 99㎡ 전셋값은 3억원에서 2억5000만~2억6000만원까지 내렸다. 이들 지역 전셋값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인근 위례새도시와 미사강변도시 등에서 새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저렴한 전셋집이 대거 공급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서초구에선 6월 입주한 ‘래미안신반포팰리스’와 8월 입주를 앞둔 ‘아크로리버파크’의 영향으로 잠원동 일대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셋값이 주춤해지면서 서울 아파트의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은 2009년 1월 이후 7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케이비(KB)국민은행이 조사한 7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한 74.8%를 기록했는데, 이는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징표로 풀이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높은 수준인 동남권의 최근 역전세난은 2008년 당시 ‘잠실 역전세난’처럼 국지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시 잠실에선 파크리오, 리센츠, 엘스 등 1만5000가구 대단지 아파트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역전세난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어 2012년에는 경기 광교새도시 입주 때 역전세난이 발생했지만 2년 뒤에는 전셋값이 다시 급등하기도 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현재 동남권 역전세난은 최근 2~3년 새 전셋값이 지나치게 오른 데 따른 조정으로 보인다. 9~10월 이사철까지 역전세난이 이어질지도 두고봐야 겠지만, 그렇다 해도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까지 역전세난이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내년 이후에는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경기도와 대구·경북 등에서 역전세난이 빚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기 둔화와 입주물량 증가가 겹치면서 아파트값이 하락할 경우 역전세난을 뛰어넘어 한층 심각한 ‘깡통전세’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깡통전세는 집값 하락으로 인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내년 이후 아파트 가격 하락과 역전세난이 맞물리는 지역이 나온다면 전월세 시장 불안이 심각해질 수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이 몰렸던 경기지역과 대구·경북 등이 위험군에 속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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