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이 8·15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것을 환영하면서도 김승연 한화 회장, 최재현 에스케이 수석부회장 등 다른 재벌그룹 기업인들이 모두 제외된 것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반면 그동안 대통령의 무분별한 사면권 남발을 비판해온 경제개혁연대는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전경련은 12일 공식 논평에서 “대통령께서 8·15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과 복권으로 경제인들이 경영현장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사면의 계기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 역량의 결집임을 감안하여, 경제계는 사업보국의 일념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국민 역량을 한데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 경제계는 법을 준수하고, 법보다 더 엄격한 규범을 스스로 세워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경련의 고위 임원은 “사면복권 폭이 좀더 넓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면서 “한달여 전부터 특사 대상자가 1명이나 2~3명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결국 최소로 결정난 것 같다”고 말했다.
특사로 풀려난 이재현 회장은 “그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치료와 재기의 기회를 준 대통령님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 건강을 회복하고 사업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씨제이그룹도 “사면결정을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면서 “사업을 통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해달라는 뜻으로 알고 글로벌 문화기업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씨제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당장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당분간 치료에 전념할 것”이라면서 “그룹 경영기조에 급격한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지난 3년간 (이 회장 공백으로 인해) 제대로 못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 글로벌 진출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은 뒤 재상고했다가, 지난달 19일 광복절 특사를 기대하며 재상고를 포기했다.
한화는 전날 김승연 회장의 모친인 강태영씨가 별세한 데 이어 김 회장마저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되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화는 공식적으로 “모든 임직원들이 맡은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고, 김 회장도 기존의 후견인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 관계자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면서 “김승연 회장이 상중이어서 제대로 된 보고나 협의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반면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는 “건강악화로 풀려난 이재현 씨제이 회장을 제외하고는 법이 정한 원칙과 사면복권 배제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사면권 행사를 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고심한 것 같다”고 긍정평가를 하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이 원칙없이 사면권을 남발하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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