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경기 부진으로 가계소득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가운데 가구당 평균소비성향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소득격차마저 더 벌어졌다. 가계 경제에 불어닥친 위기의 징후들이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0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7만원)에 비해 0.8% 늘었다. 물가상승폭을 제외한 실질소득 기준으로는 0% 성장을 기록했다. 분기 단위로는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째(0.7%→0.9%→0.8%→0.8%) 0%대 소득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 등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서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328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식료품, 가정용품, 주거수도광열 등 실질 소비지출은 0.8% 감소했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사회보험·연금 등 비소비지출이 늘어 보합을 유지했다.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70.9%를 기록하며,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뒤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0.7%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100만원의 가처분소득이 있으면 그 가운데 70만9000원만 소비지출에 사용했다는 뜻이다. 지난 1분기 평균소비성향도 72.1%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가계소득이 내수 진작을 위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경제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5분위별 가계수지를 보면,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9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줄었다. 가처분소득도 115만9000원으로 7.6%나 줄었다. 반면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21만2000원으로 1.7% 늘었다. 1분위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107%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포인트 늘었다. 저소득층 가구의 적자폭이 그만큼 커진 꼴이다.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한계가구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