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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종업원지주제 똘똘 뭉쳐 한솥밥 지켜냈죠”

등록 2005-10-31 18:54수정 2005-11-01 10:11

서울 구로 디지털단지 안 대우루컴즈 본사에서 윤춘기 대표이사(앞줄 맨 오른쪽)와 사원들이 그동안의 고생은 모두 잊었다는 듯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서울 구로 디지털단지 안 대우루컴즈 본사에서 윤춘기 대표이사(앞줄 맨 오른쪽)와 사원들이 그동안의 고생은 모두 잊었다는 듯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1명 퇴직금 모아 모니터부문 넘겨받아 2여년만에 연매출 500억원 돌파 ‘부활’ “60살까지 다니는 회사 만드는 게 희망”

대한민국 희망기업/④ 대우루컴즈

“컴퓨터 모니터 사업부문을 우리에게 넘겨주십시오.”

지난 2002년 가을 대우전자는 워크아웃 상태였다. 사업성이 없다며 청산 절차를 밟고 있던 채권단에게 당시 대우전자의 윤춘기 영업팀장은 뜻밖의 제안을 했다. 컴퓨터 모니터 사업부를 떼내어 주면, 동료 사원들과 힘을 합쳐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회생시킬 자신이 있었죠. 20년간 해왔던 일인데 이마저 살려내지 못하면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오기도 발동했구요.” 영상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인 대우루컴즈는 이렇게 태어났다. 그 해 10월 윤 팀장(현 대우루컴즈 사장)과 함영진 기획팀장(〃 전무)을 비롯해 동료 21명은 퇴직금까지 끌어모아 만든 20억원을 새 회사의 자본금에 보탰다. 재고와 설비 자산으로 떠안은 부채 50억원에는 턱없이 못미쳤지만 이를 악물었다. 추석·설 명절을 빼고는 매일 출근했고, 기술 개발과 서비스 개선을 독려했다. 함영진 전무는 “모두 똘똘 뭉쳐 한번 해보자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대우그룹 시절 오너 체제와 비대한 조직에서 오는 비효율성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의사 결정과 결재 과정을 대폭 줄였고, 주문에서 생산, 납품까지 이틀 안에 모든 걸 처리했다. 연구개발과 영업관리직을 제외한 생산 부문은 아웃소싱했다.

대우루컴즈 매출 실적
대우루컴즈 매출 실적
자본금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 대우의 부채까지 떠안아 어려움이 컸지만,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문제를 풀어 나갔다. 다행히도 회사는 디스플레이 사업의 호황세를 타고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매출액은 분사 첫해 50억원에 그쳤지만, 이듬해인 2003년 400억원, 지난해에는 530억원으로 껑충 뛰며 18억원의 영업이익까지 올렸다. 부채의 3분의 2도 갚았다. 출범 2년여 만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내년에는 매출목표가 1천억원이다.

대우루컴즈가 종업원 지주제로 출범해 홀로서기까지는 임직원 모두가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친 ‘한솥밥 경영’이 큰 힘을 발휘했다. 지금은 팀장과 본부장이 된 옛 동료들은 요즘도 ‘죽음 직전에서 살아난 사람들’이라며 서로를 다독인다. 윤 사장은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배고픈 시절을 잊지 말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200여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지급 기일은 절대 어겨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가족 모임을 떠올리게 하는 임원 회의와 분기마다 경영실적을 공개하는 투명경영도 같은 맥락이다.


“종업원지주제 똘똘 뭉쳐 한솥밥 지켜냈죠” 대우루컴즈 윤춘기 대표
“종업원지주제 똘똘 뭉쳐 한솥밥 지켜냈죠” 대우루컴즈 윤춘기 대표
종업원지주제 회사로서 노사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라는 일체감은 주문량이 폭주할 때마다 진가를 드러낸다. 밤샘 작업에 비지땀을 쏟던 안성공장 직원들을 위해 서울 본사 직원들은 업무가 끝나기 무섭게 공장으로 달려갔다. 사원 손승희씨는 “직원들의 하나된 마음은 환율 급락 등 열악한 여건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최대 경쟁력으로 탄탄한 기술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들었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기술까지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가전업체 씽씽그룹에 브라운관과 엘시디 모니터 개발 및 기술지원 계약을 맺었다. 손건우 부사장은 “단순히 모니터 판매에 머물지 않고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파는 데 더 큰 비전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천편일률적인 각진 네모꼴에서 탈피한 둥근 모서리의 컴퓨터 모니터는 시장 반응이 좋아 최근 굿디자인(GD) 마크까지 얻었다. 배상기 연구소장은 “연말에 휴대전화 충전이 가능한 엘시디 모니터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루컴즈는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한달 전 서울 영등포에 있던 본사를 구로 디지털단지로 옮겼다. 또 대우컴퓨터도 인수했다. 대우컴퓨터 직원들 역시 과거 대우에서 한 배를 탔던 사람들이다. 단 한명의 구조조정 없이 직원 전원을 받아들였다. 60명의 직원도 100명으로 불어났다. 함 전무는 “더는 흔들리지 말고 60살까지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대우루컴즈는 또 한번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모니터만으로는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윤 사장은 “당면 목표는 디지털 컨버전스(융합) 시대를 겨냥한 모바일 사업”이라며 “조만간 첫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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