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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평양에도 ‘재건축 바람’…개발업자에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

등록 2016-09-21 12:01수정 2016-09-21 20:56

KDI ‘북한 부동산 개발업자 등장에 관한 분석’ 논문 발표
2000년대 들어 자본 축적한 개인이 철거·재건축·분양 맡아
입지 중시해 도심에 재건축, 노후주택·공공부지 철거까지
2007년 5월 북한 평양 시내 풍경. 뒤편에 당시 공사중이던 류경호텔이 보인다. 평양/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07년 5월 북한 평양 시내 풍경. 뒤편에 당시 공사중이던 류경호텔이 보인다. 평양/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인 북한에도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등장해, 철거·재건축·분양 등 자본주의적 도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신의주 등 북한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입지 조건이 우수한 재개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문 브로커’마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명목상 개발권을 독점하고 있는 관료들과 이들 개발업자의 유착관계가 강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9월호’에 실린 ‘북한 부동산 개발업자의 등장과 함의에 관한 분석’ 논문에서 정은이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최근 들어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발생 경로를 분석하고, 북한에서 이미 자본주의적 부동산 개발업의 씨앗이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고 밝혔다. 개인 사업자가 철거부터 분양에 이르는 개발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외형 뿐만 아니라, 이윤을 극대화하기 사업 방식 역시 자본주의적 동기를 따르기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북한에서 정부·기관 대신 자본을 축적한 개인이 주택건설사업의 전면에 나선 시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 내부에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일반 주민들 가운데 부를 축적한 ‘돈주’(錢主)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북한은 건물이나 주택을 건설할 국토계획이 있지만, 건설자금이 없어 5~10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개인이 기관 명의로 집을 짓고 대신 완공 후 주택 몇채를 기관에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형태로 개발사업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택 사정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관으로서도 이런 개인 참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당초 북한에서 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주체는 오직 국가뿐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능력이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1980년대부터 사회안전부·인민무력부·보위부·노동당 등 특권기관이 ‘기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건설을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돈주들도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해 곧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개인이 전면에 나선 ‘개인주택’ 개발사업에서 몇가지 자본주의적 성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먼저 ‘입지 선정’의 중요성에 눈떴다는 점이다. 평양 시내에서 최근 아파트가 건설되는 곳을 보면, 고층건물로 빽빽한 평양 중구역(중심부)의 아파트 틈 사이에서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유치원·탁아소·학교 부지를 용도 변경해 철거하고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중국인 대북 투자자는 정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구조와 입지만 좋으면 기초공사 뒤 1층만 닦아 놓아도 선금 들고 집을 계약하겠다는 주민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입지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맹신이 북한의 평양 등지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철거와 재건축을 둘러싼 투기세력과 전문 브로커도 일부 확인됐다. 예컨대 평양시 대성구역 금수산 기념궁전과 김일성종합대학 근처 노후 아파트는 당초 5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곤 했는데, 이곳에 30층짜리 현대식 아파트를 건설하라는 방침이 공개된 뒤 값이 두배로 뛰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 전문적으로 입지가 좋은 곳을 중심으로 허름한 집을 구매해 개발업자한테 소개비를 받고 팔아넘기는 ‘전문 브로커’도 등장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기존 주택거래를 성사시키는 단순 매매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개인이 아파트를 신축해 분양하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싹트고 있었다”며 “(개발사업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기 때문에 권력기관의 특혜와 유착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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