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2년 유예’ 쟁점 떠올라
증권집단소송제가 1월1일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등록기업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가 과거분식의 법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재추진할 뜻을 밝히면서, 과거분식과 새 분식의 분리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경련 등 재계는 과거분식-새 분식의 분리가 가능하고, 기업들의 과거분식에 대해 고백과 상관없이 2년간은 법적용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참여연대와 상당수 회계사들은 과거분식-새 분식의 구분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고백하지 않은 과거분식까지 법적용을 유예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에 어긋난다고 맞선다.
전경련 “구분가능”…시민단체 “장부조작 가능성
여당 내부선 “과거분식 고해성사 전제를” 의견도 ■ 과거분식-새 분식 구분=이해찬 총리는 지난 28일 과거분식은 면탈할 계기를 만들어 주겠지만 새 분식을 통해 투명성을 해치는 것은 엄벌하겠다며, 과거분식-새 분식의 분리처리 방침을 분명히했다. 총리실 쪽에서는 과거분식에 대해선 집단소송제 시행을 2년간 유예하기로 했던 기존의 당정 방침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정부의 2년 유예론에 반대했던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최재천 의원도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 과거 분식과 새 분식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 제시를 조건으로 달았다. 현재 여당 법사위 의원들의 의견을 보면, 유예론 찬성이 5 대 2로 우세하지만, 만약 과거분식과 새 분식 사이에 구분이 안된다면 반대가 4 대 3으로 더 많아진다. 전경련은 둘 사이의 구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의 양금승 기업정책팀장은 30일 “전문가 검토 결과, 시간과 비용이 들겠지만 대부분 구분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비현실적인 얘기라며, 기업들이 새로 분식을 하고도 마치 과거부터 분식을 해온 것처럼 장부를 조작할 가능성이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이런 조처는 향후 2년간 모든 분식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이다. 미래회계사무소의 김경율 회계사도 “기업들은 당국의 조사에서 재고자산을 부풀린 게 드러날 것 같으면 과거의 재고자산 명부를 소급조작해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흔히 써왔다”며, 참여연대 주장을 거들었다. ■ 과거분식에 대한 고해성사=현행 집단소송법은 기업이 2004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를 받을 때 과거분식을 ‘전기오류수정’이라는 형식을 통해 고백하면 법적용을 면제해준다. 하지만 실제 이런 식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경련은 “집단소송법뿐 아니라 증권거래법과 상법, 민법 등 다른 법에 의한 민형사상 책임까지 면제되지 않는 한 기업들의 고백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고백하지 않은 분식에도 법적용을 유예하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시행해온 기존 법체계와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과거분식을 숨기고 있다가 적발될 때뿐 아니라, 과거분식을 바로잡기 위해 새 분식을 하는 이른바 ‘역분식’의 경우도 모두 처벌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하이닉스반도체 사건이다. 정부는 하이닉스가 1999년 이전에 2조원의 분식을 한 것에 대해서는 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했지만, 대신 1999~2003년에 분식을 바로잡기 위해 역분식을 한 것에 대해 무거운 재제를 내렸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지난해 말 정부의 2년 유예 추진 때 기업들의 고해성사를 전제조건으로 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계안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과거분식에 대한 기업부담을 해결해 줄 필요가 있지만 그 전에 기업들의 솔직한 고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여당 내부선 “과거분식 고해성사 전제를” 의견도 ■ 과거분식-새 분식 구분=이해찬 총리는 지난 28일 과거분식은 면탈할 계기를 만들어 주겠지만 새 분식을 통해 투명성을 해치는 것은 엄벌하겠다며, 과거분식-새 분식의 분리처리 방침을 분명히했다. 총리실 쪽에서는 과거분식에 대해선 집단소송제 시행을 2년간 유예하기로 했던 기존의 당정 방침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정부의 2년 유예론에 반대했던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최재천 의원도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 과거 분식과 새 분식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 제시를 조건으로 달았다. 현재 여당 법사위 의원들의 의견을 보면, 유예론 찬성이 5 대 2로 우세하지만, 만약 과거분식과 새 분식 사이에 구분이 안된다면 반대가 4 대 3으로 더 많아진다. 전경련은 둘 사이의 구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의 양금승 기업정책팀장은 30일 “전문가 검토 결과, 시간과 비용이 들겠지만 대부분 구분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비현실적인 얘기라며, 기업들이 새로 분식을 하고도 마치 과거부터 분식을 해온 것처럼 장부를 조작할 가능성이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이런 조처는 향후 2년간 모든 분식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이다. 미래회계사무소의 김경율 회계사도 “기업들은 당국의 조사에서 재고자산을 부풀린 게 드러날 것 같으면 과거의 재고자산 명부를 소급조작해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흔히 써왔다”며, 참여연대 주장을 거들었다. ■ 과거분식에 대한 고해성사=현행 집단소송법은 기업이 2004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를 받을 때 과거분식을 ‘전기오류수정’이라는 형식을 통해 고백하면 법적용을 면제해준다. 하지만 실제 이런 식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경련은 “집단소송법뿐 아니라 증권거래법과 상법, 민법 등 다른 법에 의한 민형사상 책임까지 면제되지 않는 한 기업들의 고백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고백하지 않은 분식에도 법적용을 유예하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시행해온 기존 법체계와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과거분식을 숨기고 있다가 적발될 때뿐 아니라, 과거분식을 바로잡기 위해 새 분식을 하는 이른바 ‘역분식’의 경우도 모두 처벌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하이닉스반도체 사건이다. 정부는 하이닉스가 1999년 이전에 2조원의 분식을 한 것에 대해서는 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했지만, 대신 1999~2003년에 분식을 바로잡기 위해 역분식을 한 것에 대해 무거운 재제를 내렸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지난해 말 정부의 2년 유예 추진 때 기업들의 고해성사를 전제조건으로 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계안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과거분식에 대한 기업부담을 해결해 줄 필요가 있지만 그 전에 기업들의 솔직한 고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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