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일본롯데 총수 일가 지분 구조…서미경 모녀가 일 롯데홀딩스 큰손?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
총수 일가 13.3% 중 6.8% 최다
경영권 분쟁 과정 지분 향방 눈길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57)씨 모녀가 총수 일가 가운데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가장 많이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권 분쟁 불씨가 남아있는 터라 이 지분의 향방에 눈길이 간다.

6일 검찰과 롯데 쪽 말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중 13.3%를 총수 일가가 가지고 있고, 이 가운데 서씨와 그의 딸 신유미(33)씨의 지분이 6.8%에 이른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큰딸 신영자(구속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3.0%, 큰아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6%, 둘째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4%, 신 총괄회장 자신은 0.4%를 갖고 있다. 롯데홀딩스 지분만 보면 서씨 모녀가 오너 일가 중에서도 ‘실세’인 셈이다.

서씨 모녀 지분 중 3.6%는 신 총괄회장이 1997년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2%는 2005~2006년에 넘겼는데, 검찰은 이때 편법 증여로 서씨 쪽이 수천억원을 탈세했다고 보고 있다. 서씨는 검찰이 기소했으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일본에 머물고 있다. 검찰은 여권을 무효화해 그를 불러들일 방침이다. 일본 국적인 신유미씨도 일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의 다툼에서 패배한 뒤에도 경영권을 탈환하려고 움직여온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올해 초 서씨 모녀에게 지분을 넘기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 모녀는 이를 거절하고 신 회장에게 지분을 넘기려 했으나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거래가 무산됐다는 말도 나온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기는 했지만 기소가 예상되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은 아직 확고하다고만은 하기 어렵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총수 일가 외에 일본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 협의체 공영회(13.9%), 임원지주회(6%) 등이 갖고 있다. 지분이 가장 많은 광윤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세력의 지지를 얻은 신동빈 회장은 검찰의 수사 개시 직후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소 뒤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주주가 등을 돌리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롯데홀딩스는 임원을 한국에 보내 사태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씨 모녀의 지분은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우호지분은 경영권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서씨 모녀 지분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