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회의 지원액 4.2조 가운데 출자전환 규모 등 검토
금융위 “국책은행과 논의중” vs 국책은행 “정부가 결정”
금융위 “국책은행과 논의중” vs 국책은행 “정부가 결정”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고심에 빠져 있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식 거시경제협의회)에서 4조2천억원의 지원을 결정한 뒤 3조원 넘게 지원했는데도 경영상 어려움이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위원회와 국책은행 등에 따르면, 이들은 대우조선의 상장폐지를 막으려고 출자전환 시기와 규모, 분배 비율 등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최근 국회 국정감사로 결정짓지 못했다. 일정상 내년 사업보고서를 발표하기 이전에 (자본확충을 하기 위해서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에서 결정한 대우조선 지원금 4조2천억원(산은 2조6천억원·수은 1조6천억원)을 어떻게 쓰느냐다. 산은은 당시 2조원을 출자전환이나 유상증자 형태로 자본확충에 쓰고, 수은은 1조6천억원을 유동성 지원에 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대우조선이 올 수주가 13억달러에 그친데다 1조원짜리 드릴십 인도가 지연되는 등 사정이 더 나빠져 계획보다 많은 돈을 자본확충에 써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은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지원과 출자전환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금 회수 여부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하는데 정부가 사실상 출자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출자전환을 안하면 문을 닫아 그동안 지원금도 날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출자전환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적인 문제도 걸려있다. 수은은 최근 복수의 법무법인에 출자전환의 적법성 여부를 물었다. 법무법인 김앤장은 대우조선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에 놓여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출자전환은 위법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수은 관계자는 “다른 법무법인은 ‘적법하다’는 의견을 내놓아 여러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나 국책은행 모두 명쾌하게 책임지려는 모습은 없다. 금융위 쪽은 “국책은행과 자금 지원 여부안을 두고 수차례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책임을 분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에 대해 국책은행 쪽은 “정부가 결정하면서도 향후 부실이 나면 우리가 책임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