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증권금융 작년 공직유관단체로 변경 ‘꼼수’
정찬우 금융위 전 부위원장과
조인근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임원으로
노조 “퇴물관료 연명 수단 전락”
정찬우 금융위 전 부위원장과
조인근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임원으로
노조 “퇴물관료 연명 수단 전락”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이 지난해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퇴직 공무원들이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 곳의 주주는 증권사나 은행이어서 사실상 민간기업이다.
16일 금융위원회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금융위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이 두 기관을 정부 업무 위탁을 이유로 공직유관단체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해 승인받았다. 덕분에 ‘낙하산’으로 평가되는 정찬우 금융위 전 부위원장이나 조인근 청와대 전 연설기록비서관 등이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를 받지 않았다. 거래소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15년 1월 해제됐다. 증권을 담보로 금융투자업자에게 대출해주는 증권금융은 민간기업에서 처음으로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등을 막으려고 공직자 재취업 심사를 강화하는 등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다. 바뀐 법은 자본금 10억원과 매출 100억원 이상의 모든 민간기업을 취업제한기관으로 지정한다. 거래소나 증권금융이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정 전 부위원장과 조 전 비서관 등은 이사장과 상근감사로 취업하면서 심사를 받아야 했다. 절차가 줄어들자 응모 뒤 한달도 안돼 선임됐다. 이들이 차지한 자리는 지난해 연봉이 각각 2억5700만원, 2억9700만원이었다. 더욱이 조 전 비서관은 금융쪽 경험이 없어 증권금융의 정관을 어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관은 상임이사 규정으로 ‘금융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건전경영의 능력이 있는 자여야 한다’고 돼 있다.
금융위 김대현 감사담당관은 “거래소와 증권금융이 각각 파생상품 거래규모 제한조치, 국채전문딜러 지원 업무 등을 위탁받아 하고 있다. 여기에 거래소는 방만한 경영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증권금융은 사실상 독점적인 자본시장 인프라 기관이라는 측면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의 경우엔 정부 위탁업무를 하는데도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지 않는 등 형평성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위탁업무를 수년째 해왔지만 이제야 지정한 것은 취업심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다. (거래소가) 퇴물관료의 연명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고 공직유관단체 지정 취소소송을 최근 제기했다”고 말했다.
두 기관에서 낙하산 논란이 빚어진 뒤에도 다시 낙하산 후보들이 거론된다. 증권금융 정효경 부사장이 오는 19일 임기가 끝나는데 후임으로 금감원 부원장이 내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를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6일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권금융의) 사장·감사·부사장이 모두 외부 출신, 이게 정상입니까?”라고 지적하자 임 위원장은 “그 직위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넓은 시야로 봐 달라”고 답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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