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 지정 대기업집단에서 제외
현대증권·상선 등 계열사에서 빠지며 자산 2.5조원대로 하락
현대증권·상선 등 계열사에서 빠지며 자산 2.5조원대로 하락
한국 최대 재벌과 동의어였던 ‘현대그룹’이 공식적으로 재벌이 아닌 ‘중견기업’으로 ‘전락’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현대그룹을 상호출자제한 및 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이 7조원 넘는 그룹은 상호출자제한 및 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이 계열사에서 제외되면서 자산 규모가 이에 못 미치게 됐다.
공정위는 “현대그룹은 지난 4월 대기업집단 지정 당시에는 21개 계열사에 자산총액이 12조8천억원으로 재계 30위(공기업집단 포함 기준)였으나, 지난 8월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이 계열사에서 제외되면서 현재는 12개 계열회사에 자산총액이 2조5643억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케이비(KB)금융에 인수됐고, 현대상선은 채권단 출자전환 이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미 2000년대 초 그룹 분화 때 규모가 크게 축소됐지만 이번 결정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만든 현대그룹은 경제 개발 역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현대그룹의 전신은 정 명예회장이 1947년 세운 현대토건사(훗날 현대건설)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1960년~70년대 그룹의 핵심이 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을 잇달아 세웠다. 전자·물류·상선 등으로도 발을 넓혔다. 2001년 정 명예회장 별세와 2세들 간 경영권 다툼 등을 거쳐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에서 떨어져나왔고, 정몽헌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로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그룹을 이끌어왔다.
현재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과거의 ‘현대그룹 식구’가 여전히 포진해있다. 그러나 명칭상 ‘적통’인 현대그룹은 더 이상 재벌기업이 아니게 됐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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