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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회장 책임”이라더니…롯데, 직원들 앞세워 면세점 재개점 노리나

등록 2016-10-28 17:06수정 2016-10-28 17:35

특허권 잃고 문 닫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광고
눈물 흘리는 직원들 등장시켜 재개점 호소
지난해 신동빈 회장 “면세점 탈락은 99% 내 책임”
총수리스크·면세점 시장 독점 문제 등 외면 비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월20일 검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월20일 검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10일 인터넷에 공개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바이럴 광고 영상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롯데가 직원 고용 문제를 앞세워 시내면세점 재탈환 여론전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지난해부터 그룹을 흔들어 온 총수일가 비리와 경영권 다툼, 롯데의 시장 독점 등에 대해선 애써 침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월10일 공개된 롯데면세점 온라인 광고 영상.

7분가량의 영상은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서 탈락하고 특허권 만료로 6월26일 문을 닫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직원들은 “(월드타워점은) 다른 면세점에 비해 특별”, “다른 면세점에 뒤처질 게 없다”며 울먹인다. 직원 1300여명 중 10% 정도를 차지하는 정규직인 이들은 중구 소공점, 인천공항점으로 전근 가거나 유급휴직 상태다. 전근 뒤 적응이 힘들다거나,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일까. 광고는 ‘전 직원 1300명이 다시 월드타워에서 함께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말로 끝난다.

10월10일 공개된 롯데면세점 온라인 광고 영상 갈무리. 유튜브 영상 갈무리
10월10일 공개된 롯데면세점 온라인 광고 영상 갈무리. 유튜브 영상 갈무리
왜 10월10일인가

먼저 광고가 공개된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개 1주일 전인 10월3일은 12월 발표 예정인 서울·부산·강원지역 추가 신규 면세점 입찰 마감날이었다. 이번 입찰에서는 월드타워점 재개점을 노리는 롯데를 포함해, 새로 면세점 시장에 뛰어든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 5곳이 서울 신규 면허 3개를 놓고 경쟁 중이다. 19일에는 검찰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발표를 보면, 신동빈 회장의 횡령·배임액은 1700여억원에 달한다. 25일에는 신동빈 회장이 준법경영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그룹 쇄신안’을 발표하고 고객과 임직원, 협력업체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총수일가 비리에 발목 잡혀 ‘궁지’에 몰린 롯데의 처지는 이런 일만이 아니다. 28일치 <한겨레> 단독 보도(▶[단독] K재단, 궁지몰린 롯데 팔 비틀어 70억 더 뜯어냈다)를 보면, 지난 5월 검찰수사가 임박한 롯데그룹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케이(K)스포츠재단에 70억을 냈다. 나중에 돌려받기는 했지만 최씨가 ‘궁지’에 몰린 롯데의 처지를 이용해 돈을 받아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광고를 두고 신규 면세점 발표 두 달을 앞둔 롯데가 총수일가 비리가 아닌 직원들 고용 문제로 시선을 돌려 월드타워점 재개점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면세점 탈락은 99% 내 책임”이라더니…

잠실점이 장소를 옮긴 월드타워점은 매년 6000억 가량의 매출을 올린 전국 21군데 시내 면세점 중 ‘매출 3위’ 매장이다. 광고는 여러 기사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왜 문을 닫냐”고 되묻는다.

10월10일 공개된 롯데면세점 온라인 광고 영상 갈무리.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10월10일 공개된 롯데면세점 온라인 광고 영상 갈무리.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하지만 이미 지난해 특허권 상실 전후로 총수 리스크와 부정적인 국민 여론 등을 이유로 꼽는 목소리가 많았다. 신동빈 회장은 직접 “(월드타워점 특허 탈락은) 99% 내 책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면세점 탈락 전후로 쏟아진 기사들 중 일부다.

롯데, 면세점 잃고 연 6000억 날렸다···1곳 탈락, 왜? (경향비즈)
곤혹스런 롯데면세점..."왜 하필이면 이럴때"(EBN)

올해 7월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면세점 매장 입점을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면세점 특허 심사를 맡고 있는 관세청 천홍욱 청장은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이 관세법 위반 사항이 아니라서 신규 면세점 심사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평가 항목 중에 공정거래 준수노력 등이 포함돼 있어 (공정거래 관련 비위가 나올 경우)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경영비리에 대한 분명한 심사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수 리스크를 빼놓고 월드타워점이 문 닫은 사정을 오롯이 설명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롯데는 고용을 인질로 삼지 말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경제정책팀 권오인 팀장은 이번 롯데 온라인 광고에 대해 “불공정 거래, 총수 비리 등 기업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도 다 하지 않으면서 이제 와서 노동자들을 생각하는 척하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행태”라고 꼬집었다. 2015년 매출 기준(4조7000억원)으로 전체 면세점 시장의 51.5%를 차지하는 롯데의 독점적인 위치와 지나치게 낮은 특허 수수료율(해당 연도 매출의 0.05%)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2014년 면세점 업체 전체 영업이익은 5525억, 그 중 롯데 영업이익이 4083억원, 특허 수수료는 다 합해도 40억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면세점 사업을 두고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해 독점적 법적 지위와 초과 이윤을 보장해주는 특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 ‘땅짚고 헤엄치기’ 등으로 비유된다.

신동빈 회장은 25일 그룹 쇄신안을 발표하며 “외형 성장에만 집중한 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앞세운 롯데면세점 광고 영상을 보니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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