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점검회의 열어 위기 강조…비상 상황실 가동
“경제 불안요소 키운 당사자” “정치적 배경 의심” 비판도
“경제 불안요소 키운 당사자” “정치적 배경 의심” 비판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간주하고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현 경제팀 일원으로 책임 당사자이기도 한 임 위원장이 ‘때늦은 위기론’을 내놓는 배경에 대해 ‘설왕설래’도 오간다.
임종룡 위원장은 7일 아침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간부와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이 ‘여리박빙(如履薄氷·얇은 얼음을 밟듯 매우 위험함)’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정보공유 등 협력을 강화하고 모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빠짐없이 24시간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했지만 외환시장 안정화 등 다른 부처의 업무도 거론해 부총리 내정자로 새 경제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측면도 있다.
금융위는 김용범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비상 상황실을 가동해 필요하면 시장안정화 조처를 할 계획이다. 또 단기간에 가계대출이 급증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특별 현장검사를 하고, 은행들에는 외화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의 위기론을 펼치면서 “미국 금리인상, 유럽은행 부실 문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 회복세가 주춤하고 고용시장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으며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 대내 리스크도 경제와 금융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에도 금융위의 책임이 큰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늘어나고 있지만 질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는 등 시스템 위협 사항은 아니라는 평가를 고수해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1년 넘게 금융위원장을 하면서 이제 와서 위기라고 하는 의도를 모르겠다. 한국경제가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책임 상당수는 현 경제팀에게 있다”고 말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경영학) 역시 “위기가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닌데 갑자기 심각해졌다고 얘기하는 것은 공무원의 자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현 경제팀은 경제 위협요소인 가계부채와 구조조정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 오히려 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현시점에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정국이 불안하지만 금융 당국은 여전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7일) 회의가 열린 것이다.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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