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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리니지 ‘족보’가 복잡해지는 까닭은?

등록 2016-11-13 12:00수정 2016-11-13 21:47

내년 초 ‘리니지’ 계열 게임만 6종
서로 부모·삼촌·자식·사촌 관계
모두 경쟁 상대…사활 건 경쟁 불가피
‘메이플스토리’·‘블소’도 비슷한 상황

엔씨소프트·넥슨 꿩 먹고 알 먹고
캐릭터 로열티 챙기고 인지도 높여
엔씨소프트 캐릭터 로열티 1천억원
모바일게임시장 진출 숙원 해결도

디즈니와 닌텐도 캐릭터도 ‘신성장동력’
국내선 넷마블 방준혁 의장이 먼저 간파
김택진 대표와 제휴해 캐릭터 활용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오래 인기를 끌어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정통 온라인게임들의 ‘족보’가 복잡해지고 있다. 같은 온라인게임의 유전자를 받은 모바일게임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면서다. 사람으로 치면 ‘패륜’ 지적을 받을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998년에 ‘리니지’를 내놨고, 이어 2003년에 ‘리니지2’를 출시했다. 둘은 온라인게임으로 형과 동생 같은 관계다. 둘의 인기는 아직도 건재하다. 지난 3분기에 리니지에서 838억원, 리니지2에서는 206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엔씨소프트는 다음 달 8일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내년 초에는 ‘리니지 M’을 내놓는다. 둘은 리니지를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중국 스네일게임즈가 8월에 중국시장에 내놓은 ‘리니지 혈맹’과 넷마블게임즈가 11월 중 출시 예정인 ‘리니지2 레볼루션’은 리니지2를 모바일게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 모두 이용자·국가 간 장벽이 없다. ‘리니지가’ 게임들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부모·자식은 물론이고 삼촌·조카 간과 사촌끼리도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리니지와 리니지2는 이미 이용자 수와 서비스 기간 등에서 깨지기 힘든 기록을 갖고 있고, 둘의 유전자를 받은 모바일게임들도 한결같이 기대주로 꼽힌다. 이미 리니지 혈맹은 중국 모바일게임시장에서 매출 5위에 올랐고,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 레드나이츠도 모바일게임시장 판세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은 넥슨의 정통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도 마찬가지다. 2003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는 ‘카트라이더’와 ‘던전 앤 파이터’ 등과 함께 넥슨 성장의 거름 구실을 해왔다. 넥슨은 지난달 메이플스토리를 리메이크한 모바일게임 ‘메이플스토리 M’을 내놨다. 이 게임은 한 달도 안돼 이용자가 200만을 넘었고,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의 게임부문 매출 2위에 올랐다. 넥슨은 내년 초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메이플 블리츠 X’도 내놓는다. 메이플스토리 역시 자손 모바일게임 간 경쟁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앞서 넥슨의 온라인게임 ‘삼국지 조조전’도 모바일게임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으로 재탄생했고, 던전 앤 파이터는 ‘던전 앤 파이터:혼’이란 모바일게임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다.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역시 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권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엘소드, 드레곤 네스트, 트리 오브 세이비어, 진삼국무쌍7, 테일즈 러너 등의 캐릭터를 활용하거나 감성을 이어받은 모바일게임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웹젠 역시 인기 온라인게임 ‘뮤 온라인’의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뮤 오리진’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뮤 오리진도 플레이스토어의 매출 순위 상위에 올라있다. 엔씨소프트의 또다른 인기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도 모바일게임으로 리메이크돼 중국에서 ‘전투파검령’이란 이름으로 출시됐다. 이들 역시 머잖아 리니지와 메이플스토리처럼 족보가 꼬일 가능성이 높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온라인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 쏟아질수록 해당 온라인게임 개발업체는 ‘양수겸장’을 하게 된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지금도 온라인게임시장에선 ‘강자’이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넷마블게임즈와 카카오에 밀린다. 두 업체는 수년 전부터 호시탐탐 모바일시장을 넘봐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모바일게임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뜻밖의 기회가 생겼다. 게임 이용자들에게 익숙해진 기존 온라인게임 캐릭터가 모바일에서 ‘비장의 무기’로 통하게 된 것이다.

한 업체 임원은 “요즘은 모바일게임 신작이 워낙 많이 쏟아져 눈길을 끄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익숙한 인기 온라인게임 캐릭터를 앞세우면 그만큼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용자층을 예전에 온라인게임을 즐기던 중장년층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는 넥슨의 경우에서 입증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M과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등 기존 온라인게임을 리메이크한 신작으로 모바일게임시장에 가뿐히 안착하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통한 모바일게임시장 안착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은 온라인게임 업체들한테 사업영역 다변화라는 기회도 제공한다. 우선 이용료와 아이템 판매 수익에 더해 캐릭터 로열티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리니지2와 블레이드앤소울 등의 캐릭터를 모바일게임이나 캐릭터상품 등에 빌려주고 받는 로열티가 지난해 987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1천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뮤지컬이나 영화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지스타’(해마다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때 영화의전당에서 블레이드앤소울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 공연을 한 데 이어 올해 지스타에선 이 게임 배경음악을 대중적으로 해석해 들려주는 공연을 한다. 이 업체는 “게임 캐릭터가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넥슨도 17~20일 열리는 지스타에서 온라인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축제 ‘네코제’를 연다. 이용자들이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2차 창작물을 전시·판매하는 것이다. 총 81팀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해 넥슨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액세서리·향수·스노볼·양말인형·자수·스테인드글라스·일러스트·한지공예 등을 선보인다. 18일 저녁에는 해운대 ‘하드록카페’에서 넥슨 게임 배경음악을 활용한 콘서트도 열린다.

인기 온라인게임 캐릭터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중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은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이 먼저 간파했다. 그는 지난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엔엑스씨(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엔씨소프트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틈을 타 김택진 대표와 회사 지분을 나눠갖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당시 업계에선 “방준혁이 김택진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방 의장은 고개를 저었다. 방 의장은 나중에 기자간담회에서 “김택진 대표의 백기사라고? 말도 안 된다. 나는 내 사업을 위해 김 대표와 협력관계를 맺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넷마블게임즈 관계자는 “방 의장은 리니지 캐릭터를 활용할 길을 연 것이다. 그 덕에 이번에 리니지2의 캐릭터를 활용한 리니지 레볼루션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넷마블게임즈는 인기 온라인게임뿐만 아니라 영화나 만화의 유명 캐릭터까지 활용하고 있다. 디즈니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모두의 마블’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2013년 6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톱10을 지키고 있다. 방 의장은 ‘꿩 먹고 알 먹는’ 사업구조를 갖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캐릭터 소유 업체를 인수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영화 <스타워즈> 캐릭터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과 일본에선 이런 시도가 일찍부터 있어왔고, 성공 사례도 많다. 디즈니는 영화 캐릭터를 게임사 등에 빌려줘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드림웍스 영화 <쿵푸팬더>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도 대박을 쳤다. 증강현실게임 ‘포켓몬고’ 역시 애니메이션 캐릭터 포켓몬을 활용했다. 애플은 아이폰7을 내놓으면서 일본 닌텐도의 유명 캐릭터 ‘슈퍼마리오’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연말쯤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때마다 캐릭터를 소유한 업체의 주가가 뛰고 있다.

캐릭터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시비도 잦아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 ‘아덴’을 개발한 잇츠게임즈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소송을 제기했다. 아덴이란 이름이 리니지의 ‘아데나’를 줄여서 부르는 말과 같고, 명황의 집행검 등 일부 아이템이 리니지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잇츠게임즈는 펄쩍 뛴다. 액토즈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미르의 전설’ 지식재산권을 놓고 다툰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만 해도 중국 업체의 국산 게임 캐릭터 도용 문제로 골치 아파했는데 지금은 국내 업체 간 시비가 더 잦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그래픽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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