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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장에게도 자유롭게 “지미,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등록 2016-11-15 10:27수정 2016-11-24 11:26

“창의적 아이디어 그냥 안 나와
그런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야”
스스로 원하는 업무환경 선택
“소통·건강 도움” 직원 1/3 서서 일해
킥보드 타고 사무실 돌아다니기도
【2016 아시아미래포럼/행복일터 수상】혁신부문/카카오

카카오 판교사무실에 근무하는 커뮤니케이션팀의 정성열 파트장은 1년 전부터 서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자리에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탠딩 데스크를 설치했고, 거의 모든 업무를 서서 처리한다. 정 파트장이 근무하는 커뮤니케이션팀 팀원 11명 가운데 8명이 스탠딩 데스크를 이용하고, 전체 직원 2400여명 가운데 700여명이 서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왜 서서 일할까. 정 파트장은 “지난해 디스크 진단을 받고서 건강상의 이유로 처음 스탠딩 데스크를 설치했다. 그 이후로 척추 건강도 나아지고, 업무 집중력도 높아졌다. 가끔 힘들면 데스크를 낮춰서 잠시 앉아 있거나, 아예 앉아서 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무방식·기업문화는 실리콘밸리 스타일

카카오의 사무실 풍경은 다른 기업들과는 사뭇 다르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가량이 서서 일하고 있고, 칸막이(파티션) 높이도 낮다. 사무실이나 복도 등에는 킥보드를 타고서 돌아다니는 직원들이 흔하다. 커뮤니케이션팀의 황혜정 매니저는 “판교 사무실이 가로로 길쭉하게 뻗어 있어 한층에서도 가장 먼 부서 간의 거리가 130m에 달한다. 그래서 킥보드를 타고서 이동하는 사람이 많고, 회사 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거나 이동하건 누구도 신경쓰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파트장은 스탠딩 데스크 예찬자다. 그는 “서서 일하는 것이 사람들 간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한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하고, 스탠딩 데스크 주변에서 짧은 회의도 수시로 이뤄진다. 서서 일하는 것은 이미 실리콘밸리를 위시한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에서는 흔한 모습이다. 카카오에서도 실리콘밸리 사정에 밝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책상에 상자를 올려놓고 서서 일하기 시작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차원에서 스탠딩 데스크를 일괄 구입해 원하는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정 파트장은 “건강과 집중도, 소통 등 여러 면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서서 일하는 직원이 점점 늘고 있다. 그렇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업무환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업무환경이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한다. 또한 일반 사무실을 조금 산만하게 느끼는 직원들은 따로 마련한 집중 근무실에서 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에서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인 700여명이 스탠딩 데스크를 설치해 서서 일한다.
카카오에서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인 700여명이 스탠딩 데스크를 설치해 서서 일한다.
모든 호칭 영어식 이름·별명으로 통일

카카오는 한국을 대표하는 모바일 기업이지만, 국내외 여러 사업분야에서 엄혹한 경쟁 환경에 직면해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 파트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그런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이를 위해 실행하고 있는 특유의 제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직원들 간의 모든 호칭을 영어식 이름(혹은 별명)으로 통일한 것이다. 과장이나 이사 등 직급이나 직책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정 파트장은 “카카오에서는 이전부터 영어이름을 불러왔고, 2014년에 합병한 다음에서 일하던 분들은 좀 어색해하긴 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직책 대신 영어이름을 부르면 상사에게도 의견을 제기하기가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카카오의 임지훈 대표에게 “대표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고 말하는 것보다, “지미(임 대표의 영어이름), 그건 아닌 것 같아요”라는 말이 더 쉽게 나온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회사 내의 모든 사안을 전체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위해 실시하는 제도는 티오백(T500)이다. 이 제도는 매주 화요일(Tuesday) 오후 5시(5:00)에 실시하는 미팅으로 단순한 공지가 아니라, 참석한 직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다.

카카오가 마련한 사내복지 제도도 남다른 것이 꽤 있다. 법정 휴가와 휴직 제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년 근속 때마다 한달의 안식휴가를 준다. 안식휴가는 월급을 받는 유급휴가일 뿐만 아니라, 별도로 휴가비 200만원을 지급한다. 생활안정을 위해 직원들의 대출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7000만원까지는 직원이 연 2%의 이자만 부담하고, 그 이상의 이자는 회사가 내준다. 의료비도 직원 본인과 직계가족의 경우 3000만원까지는 회사가 부담한다.

직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시설도 있다. 전문 강사와 상담사가 상주하는 ‘톡테라스’에선 매일 두차례 15분간의 명상강좌가 열리고, 별도로 예약하면 전문 상담사에게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제주와 판교 사무실에 있는 ‘톡클리닉’에는 국가공인 마사지자격증을 취득한 안마사가 5명 상주하며 예약하면 30분씩 안마·지압·수기치료를 받을 수 있다. 간호사가 상주하는 ‘톡의보감’에서 일반의약품을 지급받거나 건강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해외 콘퍼런스 참가도 회사가 항공·숙박 지원

카카오에서는 직원 행복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의 이름은 피플앤컬처팀(P&C팀)으로 일반 기업의 인사팀 업무와, 직원 행복과 관련된 일을 총괄한다. 이 팀에서 강조하는 조직문화의 지향점은 ‘최소화’이다. 실리콘밸리 개발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최고의 인터페이스(사용환경)는 인터페이스가 없는 것이다>라는 책(지은이 골든 크리슈나)의 제목처럼 기업문화에는 최소한의 원칙만 존재하고, 나머지 결정은 직원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사내복지에도 적용된다. 최근 카카오 사무실 한쪽에 마련한 음료와 토스트의 경우도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식사를 못한 직원들을 위해 상시적으로 빵을 놔두면 어떨까”라는 의견에서 시작됐다. 이 의견을 받아들인 피앤시팀은 자신들이 나서서 빵과 음료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브랜드의 빵과 음료, 잼, 토스터를 고를지 직원들의 의견을 활발히 수렴했다. 다른 기업들처럼 처음부터 정해진 방향이 있고 마지막 단계에서 의견을 부분적으로 수렴하는 것과 달리, 카카오에서는 처음부터 여러 의견을 반영해 방향을 정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수정해나가는 특유의 문화가 사내복지에서도 나타난다.

트렌드와 신기술에 민감한 아이티 기업의 특성상 직원들이 자기계발을 위해 국내외의 회의, 포럼 등에 참가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업무 연관성만 있으면 해외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참가할 수 있고, 항공비·체류비·참가비 일체를 회사가 지원한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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