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2년 지난 뒤 자살 땐 재해사망금 지급 약관
보험사 “약관 실수라 못 준다”…소비자 반발
대법원 “약관대로 줘라…소멸시효 경과땐 예외” 판결
금융당국은 “소멸시효 무관하게 전액지급” 요구
금융소비자 보호 취지…행정제재로 압박 나서
수천억 보험금 미지급 4개 보험사에 중징계 사전 통보
보험사 “약관 실수라 못 준다”…소비자 반발
대법원 “약관대로 줘라…소멸시효 경과땐 예외” 판결
금융당국은 “소멸시효 무관하게 전액지급” 요구
금융소비자 보호 취지…행정제재로 압박 나서
수천억 보험금 미지급 4개 보험사에 중징계 사전 통보
금융당국이 소멸시효(2년)가 지난 자살보험금 수천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한화·교보·알리안츠생명 등 4개 생명보험사에 대해 보험업 인허가 등록 취소와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 등을 포함한 중징계를 예고했다. 이런 제재가 확정되면 해당 보험사들은 정상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업체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은 11월28일 4개 생보사에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예정 제재를 통보하고, 오는 8일까지 이에 대한 소명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제재 수위를 통보하면서 단순히 과징금 부과뿐 아니라 영업 일부 정지는 물론 실질적으로 보험업 인허가 취소를 뜻하는 영업권 반납까지 포함시켰다. 또 보험사 대표에 대해선 문책 경고부터 해임권고 조처까지 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사전 통보 형식으로 제재의 범위를 알려주는 절차다. 소명 자료를 받은 뒤 향후 열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 수위를 확정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들 보험사가 영업 일부 정지를 받을 경우 특정 상품을 팔지 못하거나 일부 지역에서 영업이 제한된다. 또 영업권을 반납할 경우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최고경영자에 대한 제재로 해임 권고가 내려지면 교보생명은 총수이자 대표이사인 신창재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중징계 예정 통보에 대해 한마디로 ‘괘씸죄’를 물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한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무조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한 데 대한 본보기성 징계라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5개 보험사에 대해선 100만~700만원 정도의 과징금만 부과했다.
자살보험금 분쟁은 자살해도 보험 가입 뒤 2년이 지났다면 일반사망보험금뿐 아니라 특약에 보장된 재해사망금까지 주도록 하는 약관을 보험사들이 넣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보험사들은 이를 ‘단순 실수’라고 주장하며, 재해사망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험금 분쟁이 법정으로 옮아간 뒤 대법원은 지난 5월에 “자살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가입자 쪽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삼성생명(1500억원), 교보생명(1000억원) 등은 소멸시효가 지나간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을 미루거나 거부했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이를 전액 지급하라고 요구해왔으며, 지난 9월말에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추가로 내린 이후에도 이런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중징계 통보를 받은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보험사들과 당국의 힘겨루기로 바라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에게 필요한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유선희 기자 ljh9242@hani.co.kr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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