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영욕의 삼성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운명은?

등록 2016-12-07 16:38수정 2016-12-07 20:20

이재용 “해체” 공언…2008년 이어 두번째
삼성신화 주역-편법·불법 주도 평가 상반
삼성전자로 이관 뒤 지주회사 전환 전망
불법행위 관행 단절이 근본과제 지적도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삼성특검 이후 8년 만에 다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씨 모녀 지원 및 삼성물산 합병 로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미래전략실에 대해 질책이 쏟아지자 “해체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래전략실의 장충기 사장(실차장)은 대외담당 책임자로, 최씨에 대한 삼성의 300억원대 지원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김종중 사장(전략1팀장)은 불공정 합병 비율 논란이 거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실무책임자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관련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3세 승계와 관련해 미래전략실 축소 같은 변화가 이미 예상됐고, 최씨 모녀 지원과 관련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컨트롤타워 해체 약속이 사전에 협의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이병철 창업자 때인 1959년 설립된 회장 비서실이 효시다. 하지만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이후 세 번이나 이름이 바뀔 정도로 영욕이 교차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꿨고, 2006년 안기부 엑스파일사건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전략기획실로 개편됐다. 이어 2008년 삼성비자금사건 관련 특검수사에서 수조원대 차명계좌 등 불법행위가 드러나 이건희 회장 등이 기소된 뒤 경영쇄신책을 내놓으면서 전략기획실 해체도 함께 발표됐다. 하지만 전략기획실은 간판만 내린 채 커튼 뒤에서 계속 활동하다 2010년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새단장을 했다. 현재는 전략·경영진단·인사·커뮤니케이션·기획·준법경영 등 6개 팀에 2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간판을 세 번 바꾸는 동안 그룹의 2인자로 불리는 최고 책임자는 이학수 부회장-김순택 부회장-최지성 부회장으로 이어졌다.

삼성 컨트롤타워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으로 엇갈린다. 삼성은 그동안 그룹 컨트롤타워의 기획력을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역량과 함께 삼성의 성공 신화를 만든 3대 주역의 하나로 꼽아왔다. 반면 법적 실체가 없는 조직으로 편법·불법행위를 주도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지지 않다 보니 무리수를 강행하고 때로는 불법행위까지 자행해왔다. 사회와 접촉이 적어 사회 변화와 국민 요구에 둔감하고 과거 방식에 안주해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성 실장 등 미래전략실의 주축이 이건희 회장의 가신 출신들로서 삼성 3세 시대의 주역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요구되는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향후 삼성 컨트롤타워의 운명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이 부회장이 국민 앞에서 공언한 만큼 2008년 해체 선언 때처럼 ‘눈가리고 아웅’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청문회에서 “컨트롤타워 해체 약속이 말로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국민이 보고 있다.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룹 경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컨트롤타워는 필요하기 때문에 형태는 바뀔 수 있지만 기능은 어떤 식으로든 존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 경우 가장 유력한 방안은 그룹의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 내부 조직으로 옮기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핵심 회사인 현대차 내부에 김용환 부회장이 책임지는 컨트롤타워 조직을 두고 있다. 장기적으로 삼성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경우 지주회사가 자연스럽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회사를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된다. 재계 3~4위인 에스케이(SK)와 엘지(LG)는 지주회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룹 컨트롤타워를 삼성전자 내부로 옮기면 해체 약속 불이행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게 부담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컨트롤타워의 조직 개편이나 간판 바꿔달기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과 책임 간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고, 총수 이익을 앞세워 불법행위를 하거나 방패막이로 나서는 잘못된 관행과 단절해 근본 쇄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