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통화정책회의서 자산매입 기간 연장 동시 월간 매입규모는 축소
드라기 총재 “테이퍼링 아니다” 강조했지만 유럽시장 반응 제각각
드라기 총재 “테이퍼링 아니다” 강조했지만 유럽시장 반응 제각각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회의 결과 내년 3월 종료 예정이었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지만, 월간 매입 규모는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이번 조치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점진적 축소)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시장의 우려를 다독이려 애썼다. 유럽 증시·외환시장은 자산매입 연장에, 채권시장은 테이퍼링 시작에 무게를 두고 엇갈려 움직였다.
유럽중앙은행은 8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의 일환으로 내년 3월까지 실시될 예정이었던 자산매입프로그램의 시행 기간을 연장해, 2017년 12월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월간 매입규모는 현재 월 800만유로에서 내년 4월부터는 월 600만유로로 줄이기로 했다. 회의 전 양적완화를 연장하더라도 더 이상 매입할 채권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유럽중앙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매입 대상 채권의 범위를 만기 2년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확대하고, 필요시 유럽중앙은행 예금금리(-0.4%)보다 낮은 금리의 채권 매입도 허용하기로 해 우려를 완화했다. 기준금리(0%), 예치금리(-0.4%), 한계대출금리(0.25%)는 동결했다.
유럽중앙은행의 이번 회의 결과를 놓고 시장에서는 테이퍼링의 시작인가, 아닌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 예상(월간 매입규모 유지, 기간 6개월 연장)보다, 매입 강도는 줄었는데 기간은 늘어 총 매입규모는 4800억유로에서 5400억유로로 커졌기 때문이다. 일단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회의에서 테이퍼링은 논의된 바가 없다”며 이번 조치가 테이퍼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경제전망 악화 등으로 물가목표 달성이 어려울 경우 자산매입 규모를 늘리고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8일 유럽시장 상황을 보면, 독일(1.75%), 프랑스(0.87%), 이탈리아(1.64%)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1.4%) 등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고, 유로화도 달러 대비 약세로 거래를 마쳤다. 증시와 외환시장은 이번 결과를 테이퍼링이 아니라는 쪽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로화의 경우 유럽중앙은행 발표 직후 장중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드라기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완화적 메시지를 내 놓으며 약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달랐다. 10년만기 국채 기준 독일(0.03%포인트), 이탈리아(0.11%포인트), 스페인(0.08%포인트), 이탈리아(0.11%포인트)등 오르며 대체로 금리가 상승했다. 자산매입프로그램의 직접 영향을 받는 채권시장은 테이퍼링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중앙은행이 만기가 짧은 채권(단기물) 매입 범위를 넓힘에 따라, 단기물 금리는 하락하기도 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산매입프로그램 연장은 장기금리가 아닌 단기금리에 중점을 뒀다. 만기가 짧고 금리가 예치금리 이하인 단기국채를 매입해 단기물 금리를 더 끌어내릴 수 있고 상대적으로 장기물의 비중을 줄여 장기금리의 상승을 막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렇게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면 은행은 유리하다. 단기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운용하기 때문에 장단기 스프레드(금리차)가 확대될수록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마이너스 예치금리로 인한 수익부진을 만회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짚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2월 유럽중앙은행의 결정을 테이퍼링으로 보기는 곤란하다.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시점을 분명히 했지만,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 종료시점도 정하지 않았고 필요시 채권매입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라면서도 “2017년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확대되면 채권매입규모 추가 축소와 같은 테이퍼링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