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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하우스푸어 악몽’ 돌아올라…옷깃 세우는 주택시장

등록 2016-12-11 13:31수정 2016-12-11 19:55

11·3 부동산대책 이후 악재 줄줄이
주택시장 관망세 거쳐 하락세 진입
억단위 급등 강남은 내림세도 가팔라

내년 전국 집값 하락세 반전 가능성
2012년 이후 5년 만에 추세 꺾일듯
매매·분양시장 동시에 냉기류 돌아

향후 2년간 쏟아질 새 아파트 77만가구
금리인상·대출규제 등 5대악재 맞물려
어떤 결과 낳을지 주목…역전세난도 문제
부동산 시장 5대 악재
부동산 시장 5대 악재
최근 부동산시장 기상도는 겨울철 일기예보에 흔히 나오는 ‘시베리아 찬 기단’이 몰려온 것처럼 잔뜩 움츠린 분위기다. 분양권 전매와 청약규제를 강화한 ‘1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입주 물량 증가, 경기침체 우려 등 악재성 재료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5대 악재’의 영향이 2017년부터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2012년 이후 5년 만에 전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2012년은 이른바 ‘하우스푸어’(집을 갖고 있지만 대출이자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해다.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드는 ‘연착륙’이 아니라 급격히 얼어붙는 ‘경착륙’으로 갈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2년 만에 하락세 돌아선 서울 아파트 매맷값

부동산 시장 5대 악재
부동산 시장 5대 악재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거래시장은 관망세를 거쳐 가격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2014년 12월12일(-0.01%)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 하락 반전한 뒤 이달 9일까지 2주 연속 내렸다.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이달 8일 현재 5주 연속 떨어졌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단지 매맷값은 최근 한두 달 새 1억~2억원씩 떨어진 곳도 수두룩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지난 10월에는 최고 15억5천만원에 팔렸으나 최근 이보다 2억4300만원 떨어진 13억7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전용면적 42㎡는 지난 10월 10억6천만원이었는데 최근 9억6천만원으로 1억원이 빠졌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가격이 내리면 사겠다고 했던 매수 희망자들도 시장 동향을 좀더 지켜보겠다며 발을 빼는 등 매수세가 실종됐다”고 전하고 있다.

11·3 대책이 직접적으로 겨냥했던 아파트 분양시장 역시 냉기류가 감돈다. 대책 발표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처음으로 일반분양분이 공급된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 반포 리오센트’는 지난 7일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13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647명이 접수해 평균 12.3 대 1을 기록했다. 앞서 분양된 ‘신반포자이’나 ‘아크로리버뷰’ 등 인근 재건축 아파트가 각각 평균 38 대 1과 306 대 1을 기록한 것과 견줘 경쟁률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2주택자의 1순위 청약이 제한되고 분양권 전매가 계약일로부터 입주 때까지 금지되면서 투자 수요가 대거 이탈한 결과로 풀이된다. ‘강남 불패 신화’에 잇따라 균열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새도시도 마찬가지다. 7일 경기 화성 동탄2새도시에 공급된 ‘금호어울림 레이크 2차’도 1순위자 접수에서 평균 2.64 대 1의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그 가운데 전용면적 84㎡형은 48가구가 미달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일 동탄2새도시에 분양된 ‘중흥S-클래스’는 1.74 대 1의 경쟁률로 겨우 미달을 면했다. 이렇게 저조한 청약률은 우미건설이 대책 이전에 마지막으로 공급한 동탄2새도시 ‘우미 린스트라우스 더레이크’가 평균 79.07 대 1의 경쟁률로 마감한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과열을 빚었던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진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으로 상반기에 시행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먹히지 않을 때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부동산 시장 5대 악재
부동산 시장 5대 악재
이런 가운데 최근 슬금슬금 오르는 금리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도 주택시장의 ‘악재’로 떠올랐다. 기존 주택들을 거래할 때 이용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가파르게 올라갔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수요자가 이용하는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 역시 올 초 2%대에서 최근에는 3~4% 수준까지 상승했다. 더욱이 시장에서는 13~14일(현지시각)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이 내년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신호까지 줄 경우 주택시장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제도 내년엔 더 깐깐해진다.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후속 조처에 따라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은 분양계약자가 중도금을 집단대출로 마련할 수 없게 됐다. 당국은 또 내년부터는 잔금 대출에 대해서도 빚 상환 능력 심사를 적용하고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만 허용하기로 했다.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해서 문턱을 높였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눈덩이처럼 불러난 가계부채가 1300조원까지 쌓이면서 앞으로는 기존주택이나 신규 분양 아파트 할 것 없이 충분한 소득이 없는 사람은 빚을 내어 주택을 매입하는 게 어려워진 셈”이라고 말했다.

2년간 77만가구, 태풍의 눈이 된 입주물량

최근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걱정하는 이들이 꼽는 최대 악재는 뭐니뭐니 해도 ‘공급과잉’이다. 내년부터 급증하는 아파트 입주물량이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경기 위축 등 주택시장 외부의 악재와 맞물리면서 시장을 짓누를 것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 5대 악재
부동산 시장 5대 악재
부동산114와 닥터아파트 등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17~2018년에 전국에 입주 예정인 신규 아파트는 모두 77만가구에 이른다. 내년에 39만가구, 2018년에는 38만가구 정도가 입주를 시작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만 연내 45만5천가구(12월 물량은 예정치 포함), 지난해엔 사상 최대인 51만8천여가구의 분양 물량이 쏟아져서 2년간 공급된 물량이 97만3천가구에 이른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그 외 주택 공급물량도 많은 편이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아파트와 단독·연립주택 등을 포함한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은 76만5328가구로, 1977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예년보다 월등히 많은 68만여가구(11~12월 추정치 포함)에 이른다. 2년간 인허가 물량이 145만가구 정도 되는 셈이다. 빌라를 비롯해 아파트 이외 주택은 공사 기간이 짧아 인허가를 받은 뒤 대부분 1년 안에 입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아파트로만 범위를 좁혀보면, 내년부터 2년간 입주 물량이 사상 최대로 늘어나기는 해도 지난 몇년간 공급이 부족한 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2012년~2014년 3년간 연평균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31만4천가구로, 올해와 지난해의 연간 평균치인 48만6천가구보다 연간 17만가구나 적었다. 지난해와 올해는 입주 물량이 부족했던 탓에 아파트값이 전국적으로 상승세를 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볼 경우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안정세를 찾는 수준에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5대 악재
부동산 시장 5대 악재
부동산 관련 민간 연구기관들이 보는 내년 집값 전망도 대체로 ‘보합 내지 소폭 하락’ 정도에서 의견이 모아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내년 전국 주택 매맷값이 0.8%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은 올해와 비슷한 보합세(0%)를 유지하지만 지방이 1.5%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수도권 주택 매맷값은 0.5% 상승하고 지방은 0.7%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기관 역시 입주 물량 증가와 금리 인상, 경기 위축 등을 주택시장의 악재로 꼽았지만 집값이 급락하고 거래량이 급감하는 이른바 ‘경착륙’ 상황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업계의 시장 조사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은 내년에도 집값이 쉽사리 떨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부동산개발업체 ‘피데스개발’이 최근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택소유자 1천명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향후 주택 구매 목적을 ‘실거주’로 꼽은 응답자는 59.3%, ‘투자’로 답한 사람은 40.7%로 나타났다. 투자 목적으로 사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4년 8.1%였으나 2015년 36.9%로 뛴 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40%대로 높아진 것이다. 반면 주택 구매 목적이 ‘실거주’라고 답한 비율은 2013년 96.5%, 2014년 91.9%, 2015년 63.1%에 이어 올해 59.3%로 꾸준히 감소했다. 이미 집을 보유했으면서 거주용보다 투자용으로 구매를 고려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자산가치 상승이나 임대소득 측면에서 여전히 주택만한 상품이 없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응답자들은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유망한 종목을 묻는 질문에 상가(19.4%)를 제치고 아파트(38.2%)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매매시장이 연착륙한다 해도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급락할 때 나타날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계약 만기 때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세입자는 오도가도 못하는 ‘역전세난’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역전세난이 집값을 압박하면 이른바 ‘깡통전세’(주택 매맷값이나 경매 낙찰가가 전세금을 밑돌아 세입자가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가 생겨날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택 공급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고 역전세난이 나타날 수 있다. 임대차시장의 가격 안정에는 기여하겠지만 집주인과 임차인 모두 고통받을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전세난이 빚어질 경우 위험의 크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인데, 올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지난 6월 75.1%로 최고점을 찍은 뒤 5개월 연속 하락해 11월 현재 전세가율은 73.3% 수준이다.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라면 전셋값은 3억6천만원 정도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11월 현재 아파트 전세가율이 78.4%로 사상 최고치다. 경기도 전세가율이 이처럼 치솟은 것은 지난해 이후 서울의 고가 전세에서 밀려난 이른바 ‘전세난민’이 경기지역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서울보다는 경기도가 앞으로 닥칠 역전세난 충격으로부터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 화성, 하남, 남양주, 광명, 시흥 등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날 대규모 새도시를 끼고 있는 지역들이 역전세난 고위험군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그래픽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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