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 만에 조합원 250명
공동구매 등 다른 협동조합과 협업사업도 활발
공동구매 등 다른 협동조합과 협업사업도 활발
9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유통상가. 12만여㎡ 터에 들어선 33개 동의 상가 건물마다 화물차들이 잇따라 들고나며 각종 산업용재를 실어나르고 있었다. 1987년 설립된 시흥유통상가는 총 3750개의 점포로 이뤄져 있다. 33개 동의 1층 점포는 대부분 공구·포장재·단열재·청소용품 등 산업용재를 유통하는 도매업체들이다. 2, 3층은 주로 무역업체들이 사무실로 쓰고 있다.
낡은 상가 건물 2층 사무실에서 만난 최우철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시흥유통조합) 이사장은 “전국 최고의 입지 조건과 30년간 축적된 유통 경험을 강점으로 지닌 시흥유통상가가 협동조합을 통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흥유통조합은 설립된 지 갓 1년 된 신생 조합이다. 지난해 10월16일 146명의 조합원이 창립총회를 연 지 1년여 만에 조합원이 250명으로 늘었다. “온갖 비리를 저질러온 상가 관리회사 경영진과 달리 협동조합이 투명하게 활동하는 것을 지켜본 상인들이 하나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최 이사장은 전했다.
상가 설립 이후 관리를 맡아온 ‘시흥유통관리주식회사’의 대표이사들 가운데 1년 이상 대표를 한 사람은 경영 비리 등으로 거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권을 둘러싼 비리와 다툼으로 재임기간이 몇달밖에 안되는 대표가 수두룩해요. 지난해부터 관선 대표가 회사를 맡고 있습니다.” 조합의 사업분과장을 맡고 있는 정월영 이사의 말이다.
최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 임원들은 과거의 비리를 반면교사로 삼아 상가가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시흥유통상가처럼 수많은 점포가 밀집한 집단상가의 경우 입점 상인들이 생업 때문에 상가 관리 업무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정을 악용해 상가 관리 주체가 비리를 저지르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시흥유통조합은 상가 관리자가 상가 유지·관리비 사용내역을 장부로 작성해 5년간 보관하도록 하고,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사인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재 김기선 의원 등이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최 이사장은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 전국의 집단상가 관리가 많이 투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흥유통조합은 다른 협동조합들과의 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소모품인 장갑을 서울장갑공업협동조합으로부터 공동구매해 조합원들에게 싸게 공급하고 있다. 홍천영농조합으로부터는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면서 그쪽에는 영농에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충주로컬푸드영농조합으로부터 명절 선물용 과일을 공동구매하는 대신 로컬푸드 매장을 열 때 시흥유통조합 조합원의 취급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제공받기로 합의했다. 조합은 협업 사업으로 들어오는 서울시 지원금의 일부는 운영비로 쓰고 나머지는 조합원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최근에는 조합원들의 취급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인터넷 쇼핑몰 ‘공구다’ 사이트도 열었다.
조합은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시흥3동과 협약을 맺어 조합원 공장의 단순 조립 업무에 장애인·노약자를 채용하기로 했다. 또 조합 수익금의 일부를 시흥3동에 기부하기로 했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금천구 시흥3동에서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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