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조사… 대기업 2.7%↑, 중기 13.2%↓
국내 주요 기업들의 내년 설비투자 계획은 179조7천억원으로 올해보다 0.1% 늘어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은 35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비투자계획 조사 결과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0.8% 감소한 179조4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경제성장과 수출의 둔화, 일부 산업의 설비과잉 등의 영향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에는 0.1%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컸다. 대기업들은 내년 투자액을 154조6천억원으로 잡아 2.7% 확대했으나, 중소기업들은 25조1천억원으로 13.2% 줄여 잡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90조7천억원으로 4.0% 증가하지만 비제조업은 89조원으로 3.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 등 유망 업종들은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나, 자동차와 철강 등은 업황 부진으로 축소가 점쳐진다. 비제조업에서는 택지공급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 등의 영향을 받는 부동산·건설 업종과 기존 설비가 포화 상태에 이른 전기·가스와 통신서비스 등에서 투자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내년 세계경제가 국내 사정보다는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설비투자가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반면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부담,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해 내수기업의 투자 위축은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관측했다.
산업은행 나성대 부행장은 “내년에는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돼 제조업 중심으로 투자가 소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나, 미국 등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는 투자 확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